조정래 소설가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근현대사의 이념 갈등과 아픔을 그려온 소설가 조정래(76) 작가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 신작 ‘천년의 질문’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정치권에 쓴소리를 뱉어냈다. “이런 국회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 작가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국가가 있은 지 수천년이 됐는데, 어느 시대든지 ‘국가는 도대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거야’라는 질문을 계속해왔다. 지금 한국도 그런 상황이어서 총체적으로 한국의 난맥상과 불의ㆍ부당한 부분을 이야기함으로써 그것을 인간 공동의 문제로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소설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문제의 중심에 있는 정치권에 대해 그는 “지금 국회의원들이 막말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저급하고, 상식 이하의 짓을 저지르고 있는데 대한민국 교육 수준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이런 나라에서 (국회는) 국민에게 경멸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국회 폐쇄해야 한다는 감정까지 자극하고 있다”면서 “이런 국회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빨리 정신 차리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작가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감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것이 국민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며 “감시 감독을 잘 안 했다. 정치인의 잘못이 반이고, 우리 국민들의 잘못이 반”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조 작가는 국민 감시의 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처럼 1,000만명이 한 달에 1,000원씩 내서 100개의 시민단체를 만들어낸다면 그들이 국가 경찰 노릇을 해서 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출간한 ‘천년의 질문’은 재벌의 유화정책으로 입을 닫은 언론에 좌절한 기자와 그를 회유하기 위한 재벌 정보원의 전방위적 시도를 긴박하게 그렸다. 소설은 불법 비자금, 전관예우 문제 등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권력형 범죄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상위 10%가 전체 국민소득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의 근본적인 이유를 다뤘다. 조 작가는 “다음 작품은 인간 본질에 대한 문제를 천착하는 것을 세 권 정도로 한 3년 후에 쓸 거고, 그 다음 3년 후에는 모든 인간이 영원한 수수께끼로 가지고 있는 내세의 문제를 쓸 것”이라면서 “글 감옥에 있는 것 자체가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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