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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김세연 “한국당 꼰대 이미지 벗는 게 총선 승리 열쇠”

입력
2019.06.13 20:00
수정
2019.06.13 20:2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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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연구원장 “양정철과의 비교 부담? 싱크탱크가 너무 나대면 잡음만 커져” 

자유한국당 김세연(왼쪽)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7일 한국일보를 방문, 이유식 논설고문과 인터뷰를 갖고 2020 총선과 2022 대선에서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연이 할 역할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자유한국당 김세연(왼쪽)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7일 한국일보를 방문, 이유식 논설고문과 인터뷰를 갖고 2020 총선과 2022 대선에서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연이 할 역할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행보와 언행이 연일 뉴스고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잊힐 권리’를 주장하며 홀연히 이 땅을 떠났던 그가 2년 만에 돌아와 “정권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라며 자신과 연구원의 역할을 ‘선거 병참기지’라고 규정했으니 그럴 만하다. 취임 한달도 안됐지만 그의 발걸음은 거침없다. 서훈 국정원장과의 회동 구설수에도 아랑곳 없이 박원순 이재명 김경수 오거돈 등 당 소속 지자체장을 만나 총선연대 구축에 여념이 없다.

양 원장 덕에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이 덩달아 주목을 받으면서 3월에 취임한 김세연 원장(48)의 마음도 바빠졌다. 카운터파트 역할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1995년 창립된 여연이나 3선 정책통인 김 원장 입장에선 2008년 출범한 민주연구원이나 원외인 양 원장과의 비교가 탐탁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실세라지만 그건 그쪽 진영 얘기일 뿐, 실세가 좌지우지한 선거의 끝은 대개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지경 정치’의 속내를 잘 알고 지켜봐온 김 원장에게도 내년 총선은 발등의 불이다. 한국당의 총선 성적에 따라 2022 대선의 향배가 결정돼서다. 이래 저래 꿈과 고민이 많은 김 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김 원장과 양 원장이 잇달아 여야 싱크탱크를 이끌게 된 것이 묘하다. 특히 양 원장의 ‘병참기지’ 발언으로 여연의 짐도 한층 무거워진 느낌이다. 총선, 대선 과정에서 여연은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군사용어는 쓰고 싶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을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보수층, 즉 집토끼만으로 3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다. 한국당의 취약층인 수도권, 20ㆍ30세대, 중도층 또는 무당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아이디어와 이벤트 발굴이 우선적 과제다. 당색을 빨간색에서 ‘밀레니얼 핑크’로 바꾼 것처럼 과감한 발상, 발칙한 상상이 필요하다. 보다 큰 그림은 전통적인 정치 언어와 담론을 뛰어넘어 초연결ㆍ초지능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조직과 문화, 의식을 확 바꾸고 싶다.”

-김 원장이 감당하기에 그림이 너무 크지 않은가.

“국민이 체감하는 우리 당의 체질 변화와 혁신이 당면과제지만, 정치=정쟁으로 등식화되는 시대가 너무 오래 지속돼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혐오감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 언어와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이 정치 파산을 선언할지 모른다. 토론과 공존보다 대결과 적대가 지배하는 후진적 정치 행태를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한국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황 대표는 "30%대의 콘크리트 지지 세력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중도층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의 말과 맥락이 같다. 이심전심인가. 내부적 총선 목표는.

“제가 줄곧 생각하던 것을 황 대표가 거의 그대로 말해 놀랐다. 문제를 똑같이 느끼니 해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 판단으로 총선 목표는 과반 의석이지만, 최소한 패스트트랙 저지 수준(40% 이상)은 돼야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양 원장은 인재 영입 등 공천 관여 의사를 내비쳤다. 한국당에선 ‘막말 인사 공천 불이익’과 ‘20대 막장 공천 관련자 배제’를 시사한 신상진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의 발언으로 친박계 탈당설이 나도는 등 시끄럽다. 여연도 공천에 관여하나.

“공천 개혁과 룰은 최고위원회 의결로 신설된 신정치혁신특위가, 인재 영입 등 총선 전략은 지도부가 담당할 것이다. 여연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여론조사실의 축적된 25년 노하우를 살려 공천과 선거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면 된다. 싱크탱크의 역할을 넘어 너무 나대면 괜한 잡음만 낳는다.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가 당의 중심이다.”

-양 원장이 서훈 국정원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한국당은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양 원장은 이후 전국을 돌며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산하 정책연구원과 사실상의 업무 협약이란 이름으로 네트워크 작업을 가속화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사전 선거운동 논란도 나오는데, 라이벌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여당의 싱크탱크와 시도 연구원과의 정책 협약은 문제없으나 공약을 공동 개발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게 선관위 해석이다. 우리도 지자체 산하 연구원과 협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여당 시도지사에 딸린 싱크탱크가 제대로 협조하겠나. 이런 비대칭 구조 때문에 우리는 다자구조를 제안했다. 즉 중앙과 지역의 상생을 위해 교섭단체에 속하는 싱크탱크들과 시도 지자체 연구원이 FTA 방식이 아니라 다자간 WTO처럼 가자고 했다. N대 N으로 폭넓게 협의체를 구성해 정치적 오해를 불식하자는 우리 제안에 그나마 답을 한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뿐이다. 그것도 양자 협약이었다. 양 원장 행보의 위법성은 선관위가 판단할 것이다. .”

-여연을 맡아 ‘황교안 사단’의 일원이 된 지 3개월이다. 황 대표의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나. 황 대표 이전과 이후의 당 변화를 비교ㆍ평가하면. 황 대표가 왜 탈당파 비박이자 3선인 김 원장을 발탁했다고 보나

“한마디로 온화함과 합리성에서 비롯된 경청의 리더십이다. 대선 패배 후 들어선 돌출적 리더십이 망가뜨린 당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잘 추슬러 안정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황 대표는 민생 대장정 등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당을 궤도 위에 안착시켰다고 본다. 이 단계를 넘어 외연 확장 과제가 남아 있는데 여연이 이 부분을 채워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나를 발탁한 이유?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한국일보 창간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탄핵 파동 때 등돌린 보수층의 35%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황 대표 이후 당의 안정화가 궤도에 올랐다 해도 신뢰할 만한 수권 정당 대안 정당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멀다는 얘기다. 무엇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 여연은 무엇으로 이 공백을 메울 것인가.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전쟁을 겪고 산업화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분들은 지금 70대 전후다. 40ㆍ50대는 민주화 시대를 살았고 20ㆍ30대는 번영된 대한민국을 살아온 세대다. 같은 물리적 공간 안에 세 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국당의 문제는 민주화 세대의 세상과는 안티 관계이고 20ㆍ30세대의 세상은 제대로 읽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당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새로운 감각으로 40ㆍ50대의 정서와 화해하고 20ㆍ30대의 요구를 제대로 읽는 눈을 갖춰야 한다. 여연이 이 일에 앞장설 것이다. 20ㆍ30세대의 언어와 감각을 이해하고 그런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일명 ‘꼰대 탈출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셀프디스다. 변화한 시대에 맞는 소통 능력과 감수성을 키우자는 거다. 젊은 세대에게 ‘꿈이 뭐냐’ ’희망을 키우고 비전을 가져라’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식으로 말하면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다. 훈계조의 문화에 익숙한 한국당은 대화의 상대는 물론 상종 못할 집단으로 찍혀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관점을 익혀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계량화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모두가 ‘자각한 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유익하고 좋은 이야기라도 주파수 자체가 다르면 소음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선배 세대의 노고와 희생은 강요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당이 꼰대 이미지를 갖게된 책임에서 황 대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공안 검사이자 탄핵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본인의 낡은 이미지와 기회주의적 처신은 ‘황세모’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세월호 막말과 5ㆍ18 망언 처리 과정도 우유부단한 ‘간보기’로 일관했다. 꼰대 탈출 프로젝트의 1호 수강생이 황 대표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취임 100일을 갓 넘겼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의 분열상을 치유하는 것이 선결 과제였던 만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이슈에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막말 파문을 엄중 경고한 데서 보듯 황 대표의 태도가 한결 명료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근 한 방송인터뷰에서 김 원장이 “황교안 대표가 총선을 진두지휘하려면 종로에 출마하는 정도의 결단을 해야 한다”며 정공법을 주장해 논란이 됐는데 어떤 교감이 있었나.

“비례대표냐 종로출마냐 양자택일 질문에 답하다보니 너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 물론 교감은 없었고, 지금 정답은 ‘당의 뜻에 따르겠다’는 황 대표 말일 것이다.”

-황 대표는 누차 보수통합 의지를 강조해왔다. 복안이 있는 발언인가.

“인위적 통합은 어려울 것이다. 밖에서 다른 당을 흔들며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시도는 불신이나 오해를 낳고 되레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 보수 통합이 총선 승리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먼저다. 먼저 각당이 내부 문제를 정리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합의 계기나 시점이 온다고 본다. 황 대표도 서둘지 않을 것이다.”

-차세대 브랜드위원회라는 조직도 출범했던데.

“상표로서의 브랜드가 아니라 정체성으로서의 브랜드를 새로 정립해보자는 취지다. 꼰대와 불통으로 낙인된 정체성 자체를 깊히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하자는 움직임이다. 모두 한국당이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며 보수세력의 든든한 진지로 부활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다. 특히 진보진영에 맞서는 젊은 보수 울타리 세력을 양성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최근 50여개 보수 시민단체가 미국 공화당을 움직이는 미국보수연합을 벤치마킹해 ‘한국보수연합’을 결성했는데 한국당이 이들과 연대해 보수지평을 넓힐 생각은 없나

“의욕적으로 준비를 했다고 들었으나 지속적 활동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보수영역의 시민운동과 정책연구에서 활동을 해 왔던 여러 주체가 있는데 그동안 활동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여연이 그 부분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 활발한 교류협력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여연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자타가 공인해왔으나 지난해 지방선거 땐 망신살이 뻗쳤다. 이유가 뭔가. 정치권은 갤럽과 리얼미터 등 정기 여론조사기관의 발표 때마다 일희일비하지만 널뛰는 수치 때문에 공신력이 크게 불신받고 있다. 여연의 잣대로 평가하면.

“여연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전혀 변함이 없다. 초박빙이었던 4ㆍ3 창원 성산 보선에서 0.1% 표 차로 지는 것도 정확히 예측했다. 지방선거 해프닝은 당시 지도부가 실무진 반대에도 전체 데이터 대신 임의로 특정 데이터를 과장 발표해 빚어진 일이다. 지금도 정기 조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주요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추세다. 그런 지표 위에서 한국당이 변신하는 것이다.”

-국회 파행이 패스트트랙 갈등에 역사 해석을 둘러싼 여야 감정싸움까지 겹쳐 장기화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 자기 주장만 앞세워 벌이는 게임이 지저분하고 찌질한 단계까지 갔다. 청와대 회담이든 국회 정상화든 한국당이 통 크게 결단하면 도리어 여론을 잡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장제원 의원 등은 ‘비겁한 침묵’이라며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김 원장은 어떤 입장인가.

“협상이 진행 중인데다 제가 나설 일이 아니어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여야가 대화할 의지를 다지고 서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의무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짚어야 한다. 패스트트랙의 경우 불법 사보임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다른 법안과 달리 원천 결함을 갖고 있다. 법안에 대한 여론의 반대도 지지보다 높다. 특히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어서 합의 처리가 기본이고 상식이다. 국회 선진화법이 뭔가. 힘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대화와 타협과 숙의를 하라는 것 아닌가. 법의 정신과 취지를 살피면 답이 나온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최연소로 정치에 발을 들였지만 어느새 40대 후반 나이에 3선 중진이다. 그러나 여야 통틀어 후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모든 정당이 선거 때마다 세대 교체를 내세웠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책임을 느끼지 않나. 본인의 미래는 뭔가.

“국회가 유권자의 연령ㆍ계층ㆍ이념 분포를 반영하지 못하고 노쇠화ㆍ귀족화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도 함께 고민하며 실천적 해법을 찾을 문제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할수록 훨씬 좋은 정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우리 정치가 한 걸음이라도 진화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좋았던 시절의 집단 사고에 빠져 바깥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당의 정치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당면 과제다.”

인터뷰= 이유식 논설고문

정리= 변한나(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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