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6억 쏟아붓고도 성능 부실 원인도 못 찾아
최근 대구 서구 상리동 상리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 음식물 수거차량이 진입하는 진입구에는 악취방지 스피드 도어가 있었지만 바깥에서도 냄새가 진동했다. 차량 통행 때문에 일부러 작동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니 음식물쓰레기처리조 3곳 중에서 가동되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작동되지 않는 처리조 앞에는 차량 진입을 막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고, 안은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1,2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들어간 대구 상리음식물쓰레기처리장의 음식물처리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상리음식물쓰레기처리장은 2013년 대우건설이 음식물쓰레기를 탈수하고 수분을 발효시키는 전국 유일의 특허공법으로 준공했다. 686억원을 투자한 이곳에서는 대구에서 하루 평균 발생하는 음식물폐기물 600톤 중 절반인 300톤을 처리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의무가동 기간인 2013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처리한 음식물쓰레기는 당초 계획의 62%인 하루 평균 186톤에 불과했다.
대우건설은 이에 따라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70억원을 부담하며 성능보증 개선 공사를 했다. 이 시설은 개선공사 후 공인기관으로부터 합격판정을 받았으나 또 성능 저하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100톤 정도의 음식물쓰레기만 처리하고 신천음식물쓰레기처리장에서 200톤, 민간에서 300톤 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그동안 공사비만 대구시 686억원, 대우건설 570억원 모두 1,256억원이 들어갔지만 언제 정상작동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상리동 주민 이병환(45) 씨는 “입찰부터 완공까지 행정상으로 문제가 없다는데 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건설사의 기술력과 대구시의 감리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다. 2016년에도 한 음식물처리 종사자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음식물쓰레기처리장 미작동에 따른 불편을 호소했으나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19년째 민간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삼부엔텍 관계자는 “대부분 민간처리장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건식 및 습식 방법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처리를 하고 있다”며 “검증된 방법이 고장이 적고 처리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악취방지 스피드 도어는 낮에는 차량이 출입하고 있어 작동하지 않고 있지만 음식물처리기는 성능개선을 위해 대구시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 9월 공인기관 기술진단을 통해 문제를 짚겠다며 구체적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나 준공 7년째를 맞고도 성능저하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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