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진 지구가 혼자 돌고 있는 밤. 지구의 고독, 지구의 적막, 지구의 어둠. 빛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면 지구인들도 원래는 고독, 원래는 적막, 원래는 어둠. 다급하게, 빛은 어떻게 발생하죠? 우선 분쇄기, 우선 직선으로 긋기, 물뿌리개라도 먼저. 아니 아니 그보다 유영, 유영. 떠오르자.

처음의 방식으로 고독해진 지구의 인사는, 인간들 굿바이. 반짝이는 무한, 반짝이는 음, 흰빛, 공기 실로폰 너머에서, 우주적인 회전의자를 장착한 지구. 지구를 떠나는 지구의 인사는, 알 듯 모를 듯, 닿을 듯 물러날 듯. 둥글게 아득하게, 적막하고 아름답고 매혹적인 시. 자꾸 읽으면 우주적인 회전 직전까지 가게도 되는 시. 투명에 투명의 색이 겹쳐지는 시. 무엇보다 지구의 휘파람 같은 시.

“빛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묻지 않고/빛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하는 사람”은 사라진 빛의 자리를 제 뺨처럼 쓸어보는 사람. 사라진 자리에 제 손을 붙잡히는 사람. 빛의 마지막 입자를 메우는 아이러니를 겪으면서 빛의 마지막 촉감이 되는 사람. 이렇게 써나가다가 이 시는 지구적이 아니라 우주적이라서 문장을 멈췄어요. 그리고 다시 여러 번 읽었어요. 그랬더니 우주적인 회전을 하고 있는 지구가 나타났어요.

굿모닝 지구, 라고 말하는 대신 저도 모르게 눈을 두 번 깜빡거렸어요. 처음 방식, 아, 이것을 인간적 사랑이라도 불러도 될까, 지구?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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