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시험 끝나자마자 웨이보에 2편 올려… 대학들보다 먼저 인재 영입 작전
“날아라 미사일, 내가 서 있는 이 땅에서 목숨 걸고 조국을 지킨다.”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이 9일 발표한 뮤직비디오 가사의 일부다. 로켓군은 8일 중국의 대입시험(高考)이 끝나자 발 빠르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잇따라 뮤직비디오 2편을 올리고 홍보에 나섰다. 중국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모집하려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사이, 군 당국이 먼저 총성을 울리며 치고 나간 셈이다.
중국군이 뮤직비디오로 SNS를 선점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딱딱한 군가에서 탈피해 경쾌한 리듬과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또 시펑(師鵬) 등 인지도 높은 가수들이 마이크를 잡아 대중의 거부감을 줄이려 애썼다. 과거 애국심만 앞세우던 정체 모를 가곡 풍의 장중한 선전 영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로켓군은 육ㆍ해ㆍ공군, 전략지원부대와 더불어 중국 ‘5군(軍)’체제의 주축이다. 무엇보다 DF-21, DF-26 등 둥펑(東風) 미사일 시리즈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 항공모함과 태평양 전초기지 괌을 겨냥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부대이기도 하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5년 말 부대 창설 당시 “로켓군은 전략적 억지의 핵심전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각광을 받고 있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2013년 시 주석 집권 이후 국방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는 통에 군에 대한 시선이 바뀐 탓이다. 현역 군인들의 대우나 전역 이후 생계지원이 예전만 못하다는 푸념도 늘고 있다. 심지어 예비역 군인들이 집단 시위에 가담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모병제로 운영되는 중국군의 특성상 우수 인재가 선뜻 군에 입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첨단의 상징인 로켓군이 노래방에서나 볼 법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호객에 나선 이유다. 로켓군은 지난 2월 개설한 위챗 계정 이름을 ‘둥펑택배(東風快遞)’로 지었다.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는 택배처럼 네티즌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서다.
로켓군이 발 벗고 나서자 영화계와 언론도 가세했다. 지난달 영화 ‘특수부대 전랑 3’이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중국군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영화다. 2017년 ‘전랑 2’가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에 오를 정도로 워낙 흥행한 터라 이번에도 군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인재를 유치하는 데 이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또 관영 인민일보는 웨이보에 안내 코너를 만들어 국방과기대학, 육군공정대학, 해군대련함정학원, 로켓군공학대학 등 졸업 후 바로 임관할 수 있는 군사 학교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예비 대학생들에게 학교 정보를 제공하고 어떻게든 발길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뮤직비디오를 접한 네티즌 상당수는 “어, 이게 뭐지”라며 호기심 가득한 반응이다. 동시에 “로켓군이 더 이상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며 호감을 보이고 있다. 로켓군의 참신한 시도가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셈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