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깜순이 모습. 수원여대 학생 제공

수원여대 마스코트로 불려온 유기견 ‘깜순이’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입양’ 보냈다는 견주의 주장과 달리 사실은 ‘도살장’으로 끌려가 먹이가 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학내는 물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깜순이’의 행방을 쫓아 이들이 식용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관련자 해고와 학교측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15명은 ‘깜순이’를 사라지게 만든 청소반장 등 일행 3명에 대해 수사해 달라며 수원서부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유기견 깜순이가 주로 생활했던 재활용폐기장. 수원여대 학생 제공

◇수원여대 마스코트가 ‘깜순이’

12일 수원여대 학생들에 따르면 ‘깜순이’가 이 학교에 나타난 것은 지난해 12월.

이 학교 청소반장인 A씨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유기견이라며 데리고 왔다고 한다. 깜순이라는 이름도 아마 A씨가 지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깜순이’의 주 생활무대는 학교에서도 가장 한적한 재활용폐기장이었다.

학기가 개강하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깜순이’에 대해 알아가면서 입소문이 금새 퍼졌다. 교정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로부터 먹을 것도 얻어 먹었다. 어느새 마스코트가 된 것이다.

한 여학생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깜순이가 말도 잘 알아듣고, 꼬리를 흔들며 잘 따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먹을 것도 사주고, 예방접종도 맞춰 주는 등 인기 만점이었다”며 “학교에 이런 곳이 있는지 조차 몰랐던 재활용폐기장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가 됐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수원여대 학생들이 '깜순이' 수사결과 내용을 담은 대자보. 수원여대 학생 제공

◇사라진 깜순이, 입양 아닌 도살장으로 갔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꼬리를 흔들며 ‘멍멍’하고 짖어야 할 ‘깜순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최고의 인기 견, 마스코트가 난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에 몇 몇 학생들이 청소반장 A씨에게 ‘깜순이’의 행방을 물었고, A씨는 “근처 농장에 입양 보냈다”고 답했다.

의구심을 품은 학생들은 A씨가 입양 보냈다는 농장주를 찾아갔다. 농장주 B씨는 “농장에 묶어 두었는데 줄을 끊고 도망갔다”고 얼버무렸다.

수원여대 학생들이 '깜순이' 수사결과 내용을 담은 대자보. 수원여대 학생 제공

이상한 낌새를 차린 학생들은 본격적인 ‘깜순이’ 추적에 나섰다.

학생들은 학교측에 깜순이가 어디로 갔는지 A씨를 상대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깜순히 행방을 수소문 했다.

그러던 중 일부 학생들로부터 “지난달 11일 A씨가 B씨의 동생 탑차에 태우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때 A씨의 부하직원 C씨가 학생들에게 자백했다. “주말을 맞아 깜순이를 잡아 술과 함께 먹었다”고.

수원여대 학생들이 올린 대자보1. 수원여대 학생 제공

C씨의 자백을 받은 학생들에 따르면 A·B·C씨 등은 지난달 11일 오전 9시30분 B씨의 동생 탑차에 ‘깜순이’를 태워 보냈다. 이후 호매실동에 있는 모 도축장에서 ‘깜순이’를 식재료로 가공했으며 비용 4만원은 A씨가 지불했다는 진술을 C씨로부터 확인했다.

이들은 이어 오후 2시부터 동네 주민 2명과 술파티를 벌였다고 학생들은 설명했다. 다만 술파티 자리에 A씨는 바쁜 일이 있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게 직원 C씨의 주장이라고 했다.

사라져 버린 마스코트 ‘깜순이’가 입양이 아닌 ‘도살장’으로 끌려간 것이 확인 된 것이다.

◇학생들의 요구사항

학생들은 A4용지 7장에 “‘입양’ 아니라 ‘도살장’으로 직행한 깜순이” 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부착했다. ‘깜순이’가 왜 사라졌고, 어떻게 식용으로 가게 됐는지 등 그 과정을 모두 담았다.

그러면서 △청소용역 업체 직원인 A씨와 C씨를 즉시 해직시킬 것 △교내 동물사육 금지와 관련된 교칙을 찾아서 공개할 것 △학교는 학우들과 관련된 사안을 처리할 때 학우들에게 먼저 공지할 것 △학우 요청시 적극적으로 해결점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정절차를 수립할 것 △깜순이 등의 문제와 관련 학생들이 알아낸 사실대로 인정하고 이를 정정하고 사과할 것 등 5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수원여대 한 학생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 깜순이가 사라졌을 때 학교측에서는 청소반장 말만 듣고 학생들이 요구한 3자대면 등의 요구사항 등을 묵살했다”며 “학교에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공지한 부분을 즉시 정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만큼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수원여대 학생들이 '깜순이' 수사결과 내용을 담은 대자보. 수원여대 학생 제공

A씨 등은 지난 10일 자신이 소속된 외부 청소용역업체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수원여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습권 보장과 안전을 위해 깜순이를 안전한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요청했고, A씨 등으로부터 입양시켰다는 답변을 받고 그런 줄 알았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안타깝다 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A씨 등이 소속된 외부 청소용역업체 관계자를 불러 정식 항의와 함께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며 “경찰조사가 진행될 경우 적극 협조할 것이며,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징계회부 등 인사조치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학교측은 이와는 별도로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해 학교생활상담연구소의 심리 상담과 미술치료 등을 지원하기 했다. 또 용역업체 직원 대상 교육실시 등의 대책을 수립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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