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방문 중 ‘오슬로 구상’ 제시… “난 언제든 만날 준비” 김정은에 결단 촉구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를 보다 현실화 하는 ‘오슬로 구상’을 제시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내놓은 ‘신 베를린 선언’이 우리 정부 주도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 성격이었다면, 이번 오슬로 구상에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 정책이 주로 담겼다. 독일의 접경위원회 사례와 북유럽의 ‘적극적 평화’ 개념을 빌려 개성공단 등 경협에만 매몰된 측면이 있는 남북 협력의 지평을 한층 넓히겠다는 의지를 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말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결단을 내려줄 것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슬로=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이날 오슬로대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로 부르고 싶다”며 “(남북)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고도 했다. 접경지역 문제 해결을 고리로 남북ㆍ북미 간 대화의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동독과 서독이 1972년 동ㆍ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접경위원회’를 설치하고 접경지역에서의 화재ㆍ전염병 등을 공동 대처하며 신뢰를 쌓았던 선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다자가 참여하는 안보협력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8월 제안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만들어 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하자는 구상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 한반도 평화 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며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슬로=연합뉴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6월말 방한에 앞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 결국 우리가 만날지 여부, 만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조기에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 있다”며 조속한 만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표하고 있어, 대화의 모멘텀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미 정상간 친서 외교와 관련해서도 “남북 사이에 그리고 북미 사이에 공식적 회담이 열리지 않을 때도, 정상간 친서들은 교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친서가 교환 될 때마다 한미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대체로 내용도 상대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공개한 친서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선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슬로=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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