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의 규모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9일 열린 주말 집회에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평일인 오늘(12일)은 1,000여 곳이 넘는 업체들이 임직원들이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자발적 휴업을 감행했다.
홍콩 시민들은 오늘 오전 11시(현지시간)에 예정됐던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저지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홍콩 입법회 건물 주변을 둘러쌓았다. 하나의 걸림돌은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던 9일과는 다르게 오늘은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평일이었다는 점이었다. 이에 시민들은 업체들이 당일 휴업할 것을 독려하는 운동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펼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소 1,000여 곳, 많게는 2,000곳에 달하는 지역 상권 업체들이 12일 SNS를 통해 휴업을 선언했다. SNS에 공개 선언을 하지 않고 휴업에 동참하거나 직원들에게 휴무를 제공한 업체들을 포함하며 더 많은 사업장이 함께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 상권의 소규모 업체들이 휴업의 중심이 됐지만, 대형 호텔과 같은 일부 업체들 역시 직원들에게 집회 참여를 위한 공가를 제공했다.
입법 저지를 위한 시민들의 행동은 교육계와 공공서비스 업계에서도 일어났다. 홍콩 소재 대학 총학생회와 홍콩전문교육인노동조합은 이날 동맹휴업을 선언했다. 뉴월드 퍼스트 버스 회사는 시내에서 시속 20km의 저속 운행을 하며 시위자들에게 지지를 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주의의 도시’ 홍콩에서 열린 시민들의 자발적 휴업에 홍콩 입법회는 결국 이날 예정했던 심의를 연기했다. 현지 시민들은 이번 성과는 ‘작은 승리’라며 법안의 완전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늘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찰스 리(23)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입법)연기는 우리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시민들을 향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면 추가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7년 이상의 징역 선고가 가능한 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중국 법원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논란의 개정안은 20일 홍콩 입법회 최종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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