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자마자 자녀와 생이별했던 6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44년 만에 딸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12일 서안식(69ㆍ경기 성남시)씨가 1975년 헤어진 미국 시애틀에 거주한 딸 조미선(47ㆍ미국명 메이린 리터)씨를 전북경찰청에서 만나 서로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전북경찰청 장기 실종자 가족 찾아주기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1973년 작은딸 미선씨를 힘겹게 출산한 서씨는 당시 어려운 형편과 산후 후유증으로 집에서 혼자 몸조리를 할 수 없어 전북 전주의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그러던 중 남편은 서씨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첫째 딸 화선(당시 2세)씨와 미선씨를 위탁기관에 맡겨버렸다.
그대로 집을 나온 서씨는 두 딸의 오빠인 아들과 지냈다. 몇 년이 흐른 뒤 남편이 재결합하자고 찾아왔지만 서씨는 “화선이와 미선이를 데려오기 전에는 절대 합칠 수 없다”고 내쳤다. 이후 ‘딸들을 꼭 찾아오겠다’던 남편은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서씨는 2017년이 돼서야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을 접한 경찰은 딸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단서라고는 ‘첫째 딸은 익산, 둘째 딸은 영아원으로 보냈다’는 남편의 말이 전부였다. 경찰은 미선씨가 생활했던 전주영아원 기록을 통해 1975년 미국 시애틀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페이스북으로 시애틀에 거주하는 동명인(Maelyn Ritter)에게 메시지를 보내 입양 여부를 확인했고 그 동명인이 서씨의 딸 미선씨로 밝혀졌다. 서씨와 유전자도 일치했다. 모녀는 지난 10일 서울의 해외입양연대 사무실에서 재회했다.
서씨는 아직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첫째 딸도 찾기를 고대했다. 서씨는 12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형편과 남편의 독단으로 두 딸과 헤어졌지만 44년 만에 미선이를 만나 기쁘다”며 “큰딸도 찾고 싶다”고 애타는 심정을 밝혔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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