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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파이 김정남’의 죽음

입력
2019.06.12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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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잔인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 계기는 장성택 처형이었다. 2013년 12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장에서 끌려 나가는 장면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한 것은 의도적이었지만 ‘포악한 독재자’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보여 주기 위해 고모부 장성택을 희생양 삼았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저서 ‘선을 넘어 생각한다’에서 “장성택 처형은 노동당 최고위급 간부들의 협의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썼다. 장성택의 부정부패와 중국과 내통 등이 좌시할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은도 자신을 애지중지 키워온 사람의 처단에 상당히 괴로워했다”는 게 박 교수의 얘기다.

□ 2017년 2월 ‘김정남 암살 사건’은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김정은’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15년 가까운 해외 낭인 생활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복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제거한 것은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위험성을 새삼 확인시켰다. 최근 김정남이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이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이런 해석에 다소 균열이 생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CIA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하며 정보원 역할을 해 왔고 말레이시아에 간 것도 그런 이유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일 “나라면 그런 일이 없도록 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 ‘김정남 스파이’ 의혹을 먼저 제기한 워싱턴포스트 애나 파이필드 기자의 글은 더 구체적이다. 최근 출간한 ‘마지막 계승자’에서 그는 “피살된 김정남의 백팩에서는 미화 12만달러 현금 다발이 발견됐는데, 정보를 넘기고 받은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파이필드는 “동생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이 끊어진 상태에서 김정남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애썼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미제 스파이’는 장성택처럼 ‘배신자’에 대한 살해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다.

□ 그게 아니더라도 ‘왕조국가’에서 골육상쟁은 불가피하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은 아직도 수십 년째 유럽 대사관을 전전하고 있고,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은 현재 격리 상태로 알려져 있다. 자리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지극정성으로 오빠를 챙기는 친동생 김여정만 건재하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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