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과의 당정협의에 참석해 박병석의원,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와 주요 현안·정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야당이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지 않자 정부와 직접협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취지인데, 자유한국당에선 “야당 패싱”, “총선을 겨냥한 관권(官權)선거”라는 불만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은 12일 오전 김연철 통일부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참석하게 해 외교ㆍ통일 현안 관련 당정협의를 열었다. 오후에는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불러 공정거래법 통과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근 2주 동안 민주당에서 개최한 당정협의는 7차례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장기 미집행 공원해소 방안을 시작으로 인터넷은행 추가선정(30일), 국민취업지원제도 개선(4일), 주세 개편(5일), 가업상속공제 확대(11일) 외통위ㆍ정무위 협의(12일) 등이다. 국산맥주 세금 인하, 저소득구직자 월50만원 지원 등 의미있는 민생정책도 도출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가 식물상태여서 여당과 정부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라며 “당정협의를 강화하자는 원내지도부의 방침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13일에는 진영 행안부 장관 등과 함께 이장ㆍ통장 처우개선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당정협의를 개최한다.

사회관계부처 장관과 오찬회동한 이해찬4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회관계부처 장관들과 오찬을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윤관석 더민주 의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 대표, 조정식 더민주 정책위의장, 이재정 더민주 의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김성환 더민주 의원. 배우한 기자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집권여당으로서 당정청 관계를 주도하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가 4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유은혜 교육부, 박능후 복지부, 진선미 여가부장관 등과 오찬을 가진데 이어, 5일 강경화 외교부, 정경두 국방부, 김연철 통일부장관을 만난 게 대표적이다. 국정과제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하지만 여당 대표가 부처 장관 여러명을 여의도로 불러모은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당에서는 “부처 군기잡기다”, “노골적 관권선거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의 당정협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필두로 국정교과서 정상화(5월12일), 미세먼지 감축(5월15일), 세월호참사 희생 기간제교사 순직인정(5월15일) 등 취임 한 달간 8차례 업무지시를 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반대를 피해 행정조치로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당정협의 등 정부부처에 의존할수록 야당과의 협치는 멀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 정책은 반드시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다 자칫 야당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주재한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 관계부처 차관ㆍ실무자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공무원을 문재인 정권의 문복(文僕)으로 만들고 있다”며 “공무원 길들이기, 군기잡기, 정권의 친위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 정권의 내심"이라고 비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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