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공감을 표시하며 “관련 법이 20대 국회에서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답을 내놓았다. 전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해산을 청구하는 청원에 대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준엄한 평가”라고 답변한데 이어 국회파행을 방치하는 정치권을 이틀 연속 공격한 것이다. 청원 답변을 빌미로 삼은 청와대 공세의 실질적 타깃은 누가 봐도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다. 한국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운운하기 앞서 국회 정상화 협상이 고비를 맞는 시점에 청와대가 왜 이런 강수를 뒀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청와대는 ‘의원 소환제’ 청원 답변에서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ᆞ의원과 달리 국회는 일을 하지 않아도 주권자인 국민이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국민소환제는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요소이고 주권자가 요구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오ㆍ남용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은 주민소환제 경험에 비춰 ‘기우’”라며 의원들의 자각을 촉구했다.
앞서 강기정 정무수석은 각각 183만명과 33만명이 참여한 한국당과 민주당 해산 청원에 대해 “정당해산 청구는 정부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내년 4월까지 선거를 통한 주권 행사를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이 청원으로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가 위헌정당 해산 청원의 이유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 등의 국민 실망’만 거론해 야당 책임만 부각한 것이다. ‘합의 처리’냐, ‘합의가 우선’이냐는 등 미세한 문구 하나를 놓고 여야가 다투는 상황에서 정무수석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타오르는 불에 휘발유를 끼얹은”(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격이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발끈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청와대가 공세적으로 돌아선 데는 “작금의 정국 파행이 부담스럽긴 해도 정부ㆍ여당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흔적이 짙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이 원외투쟁에 몰두하는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드는 등 분열조짐도 심상찮다. 정부ㆍ여당보다 한국당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기 전에 한국당은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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