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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문학은, 당신에게 가 닿으려는 절박한 열망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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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문학은, 당신에게 가 닿으려는 절박한 열망의 몸짓”

입력
2019.06.11 18:25
수정
2019.06.11 19:4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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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제30회 팔봉비평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팔봉의 장손인 김호동씨, 우찬제 서강대 교수, 홍정선 운영위원장, 정과리 연세대 교수, 수상자인 김진수 강릉원주대 교수, 서영채 서울대 교수, 오형엽 고려대 교수,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 배우한 기자
11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제30회 팔봉비평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팔봉의 장손인 김호동씨, 우찬제 서강대 교수, 홍정선 운영위원장, 정과리 연세대 교수, 수상자인 김진수 강릉원주대 교수, 서영채 서울대 교수, 오형엽 고려대 교수,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 배우한 기자

제30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인 김진수(57) 강릉원주대 미술학과 겸임교수의 시상식이 11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다. 한국 근대 비평의 개척자인 팔봉(八峰) 김기진(金基鎭ㆍ1903~1985) 선생의 유지를 기려 유족이 출연한 기금으로 한국일보가 제정한 상이다.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은 김 교수에게 상금 1,000만원과 상패, 순금 메달을 수여했다. 수상작은 비평집 ‘감각인가 환각인가’(2018)이다.

수상 소감을 위해 단상에 오른 김 교수는 “제게 있어 문학은 무엇보다 먼저 당신에게 가 닿으려는 절박한 열망의 몸짓”이라고 입을 뗀 뒤 “달리 그 어떤 방식으로도 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그 절실한 마음을, 더할 수 없이 순정하고도 지극하게 전하려는 열망 속에 문학의 영광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이라는 이름의 열망이 바치는 침묵의 노래는 ‘감각’과 ‘환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들려오는 일종의 ‘초감각적 현상’으로 느껴지기에, 비록 감각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당신에게 가 닿으려는 열망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심사위원장인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축사에서 “김진수 교수는 1988년 문학과사회 창간 이후 배출된 첫 평론가로, 신화비평적 관점으로 박상륭론에 접근했는데 당시에도 한국비평 주류와는 다른 길을 가게 돼 무척 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런 분들이 오늘날까지도 구석진 자리에서 외로움을 견디며 한국문학의 중요한 측면을 담당하고 있어주었고, 김 교수 덕분에 심사위원들 역시 비주류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인 오형엽 고려대 교수는 심사평에서 “장기간 미학적 차원에서 자기 세계를 만들려고 노력해온 이론적 고투가 돋보였고, 나름의 비평적 주제나 방법을 견지하면서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구상하려 한 점이 장점”이라고 평했다.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원장인 홍정선 인하대 명예교수는 “문학상의 권위는 문학상이 기리는 인물의 이름과 역대 수상자들이 얼마나 뛰어난가 두 가지로 결정되는데, 팔봉비평문학상의 역대 수상자 면면을 돌아보면 모두 한국 최고의 비평가들”이라며 “이 행렬에 동참해준 김진수 교수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근 문단 일부에서 제기된 팔봉의 행적 논란에 대해서는 “당시에 언론사에 몸 담으며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몇 편의 글과 관용구를 두고 대단한 친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평생 민족과 계급에 천착했던 팔봉 선생이 양쪽에서 다 버림받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에는 팔봉의 장손 김호동씨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정과리 우찬제 서영채 오형엽 홍정선 김인호 변지연, 시인 함성호 장현 김완수 이은화 박경원, 임금동 최종찬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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