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부동산사기 피해자들 발동동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도 후속책 없어
‘시민주인시대’ 송 시장 존재감 의문
행정지평 확대에 ‘적극적’ 대응 요구
울산이 지역 최대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등 여러 사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시의 문제해결 노력과 역량이 시원치 않아 시민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시민이 주인인 시대를 열고, 시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던 민선7기 송철호 시장이 분출하는 갈등 앞에 존재감을 잃으면서 시정능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최근 울산의 가장 큰 사회갈등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1,000억대 부동산 사기사건. 여기에는 송철호 시장이 직ㆍ간접 관련이 돼 시민적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인계철선(引繼鐵線)’의 논리라면 송 시장이 사안의 처음과 끝을 챙겨야 마땅하지만, 처음엔 큰 소리를 쳐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슬그머니 몸을 뺀 형국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2016~2017년 지역의 기획부동산 세 곳이 “제주도 곶자왈 등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꾀어 서민들의 돈을 등친 ‘1,000억대 부동산 사기사건’ 피해자들은 지난 10일 울산시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건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변호를 맡아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과정에서 ‘수임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던 이 사건은 물론 해묵은 사안이다. 사건이 재 점화한 이유는 ‘도와 주겠다’던 송 시장의 약속 불이행과 사건발생 2년이 가깝도록 피해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사건 피해자들은 지난해 3월 ‘인권 변호사’ 송 시장 소속 법인이 이 사건을 수임한 사실을 항의하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을 때 “우리 집에서도 부동산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아픔을 잘 알고 있다”며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시 피해자들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는 송 변호사가 시장이 될 가능성이 커 그의 약속에 ‘돈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고, 피해자 몇몇은 송 후보 캠프 주변에서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송 시장이 당선 뒤 만나주지도 않고, 항의하는 피해자들이 시청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문을 걸어 잠갔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물론 이 사안은 법적으론 항소심까지 끝나 울산시로서도 접근이 쉽지 않다. 피해자들도 지난 10일 시민신문고를 울릴 예정이었으나 사안의 성격상 일단 취소한 것도 같은 맥락. 하지만 1,000명에 이르는 많은 시민들이 ‘구렁이 알’ 같은 1,000억원의 피해를 입고 신음하고 있어 시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피해자들은 “사취 이익금을 은닉해놓고 있는 기획부동산 측이 변제 약정 공증서를 써주고 상당수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행정의 지평’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시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울산시는 또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따른 한국해양조선 본사 존치를 놓고도 무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송 시장이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 반대를 위한 시민 총궐기 대회’에서 삭발까지 단행해 반발 분위기에 불을 질러 놓고는 용두사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시장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분할에 반대하며 임시 주주총회장을 점거한 것에 대해 “노조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역성을 들기도 했다. 이후 노조는 ‘도둑 주총 전면무효’를 주장하며 지난 3일 이후 전면ㆍ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10~14일에도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사측도 지난달 27~31일 주총 예정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총 개최를 방해한 것과 관련, 법원에 간접강제금 집행을 신청하는 등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또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한 데 대해 노조 간부 등 60여 명을 경찰에 고소하고 민ㆍ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처럼 현대중공업 노사대립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시는 ‘삭발’ 이후 후속수단이 전혀 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삭발’의 연장선에서 청와대와 회사를 설득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든지, 당초 판단이 잘못됐다면 노조를 설득하고 회사에는 당근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든지 갈등봉합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울산시는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 존치에 대한 시의 결연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삭발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12일로 1,823일째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울산과학대 노조사태도 노동ㆍ인권 변호사를 자처해온 송 시장으로선 큰 부담이다.
한편 울산시가 11일 개최한 ‘고견 청취’ 행사에서 지역 원로들은 “울산시가 변수가 많은 부유식 해상풍력과 수소산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사회갈등 치유에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수 전 ㈜한주 공장장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에 6기가 용량의 라이더가 설치되는데, 이는 원자력발전소 6개 용량이며, 부유식 해상풍력은 1년에 바람이 많이 부는 60~70일 정도만 활용 가능할 것”이라며 실행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덕진스님은 “수소산업도 좋지만 울산의 수많은 자동차 부품공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생계방안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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