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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호텔 총기 살인, 유력 용의자 국내 송환... 3년만에 진실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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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호텔 총기 살인, 유력 용의자 국내 송환... 3년만에 진실 밝혀질까

입력
2019.06.11 17:56
수정
2019.06.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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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곧바로 구속영장 신청 … 진실 밝혀질까

한국 경찰이 11일 기내에서 유력 용의자 전모(가운데)씨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한국 경찰이 11일 기내에서 유력 용의자 전모(가운데)씨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3년전 필리핀 마닐라 호텔방에서 발생한 한인 총기 사망 사건이 밝혀질 수 있을까.

경찰청은 11일 마닐라 호텔방 총기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전모(48)씨를 필리핀에서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전씨 송환을 추진한 지 3년 4개월 만이다.

2016년 마닐라에서 주점을 하던 전씨는 알고 지내던 송모(48)씨, 신모(36)씨와 함께 한국인 투자자 김모(51)씨를 상대로 ‘셋업 범죄’를 기획했다. 셋업 범죄란 상대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한 뒤 돈을 뜯어내는 걸 말한다. 전씨 일당은 그 해 6월 김씨가 강간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되게 한 뒤 ‘경찰을 매수해야 하니 3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거절하고 필리핀 당국에 한화 280만원에 해당하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귀국, 전씨 일당을 한국 경찰에 고소했다.

마닐라 호텔방 총기 사건은 다음달인 7월1일에 터졌다. 일당 중 한 명인 신씨가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 필리핀 경찰은 “회삿돈을 도박자금으로 탕진한 죄책감으로 자살했다”는 전씨와 송씨의 진술만 듣고 사건을 끝냈다.

하지만 한국 경찰은 신씨의 자살 또한 전씨 등의 범죄로 보고 있다. 셋업 범죄의 책임을 신씨에게 뒤집어 씌워 자살하게 하거나, 아예 직접 신씨를 살해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씨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죽으면 셋업 범죄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경찰은 자살했다는 신씨의 손에 화약 흔적이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경찰은 2017년 2월 전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필리핀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고, 같은 해 4월 마닐라에서 전씨를 붙잡았다. 필리핀 재판을 받고 있던 전씨는 지난 3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까지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추방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전씨를 송환할 수 있었다.

경찰은 필리핀 당국의 판단과 달리 전씨의 혐의 입증에 주력할 계획이다. 공범인 송씨는 2016년 8월 귀국,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송씨는 전씨 송환 때까지 기소 중지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리핀에선 외국인이 사망한 사건이지만 우리에겐 우리 국민이 죽은 사건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필리핀 법원의 결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혐의 입증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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