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원의 보상금 지급 판결에 특별공로금만 내밀어 
국군정보사령부 우회 공작원 A씨가 북한 방문 당시 촬영한 만수대 언덕 김일성 동상. A씨 제공/2019-06-11(한국일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을 확인하라’는 특명을 받고 평양을 다녀온 민간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본보 2018년 12월 20일자 2면 참조)이 나왔는데, 이 판결문을 받아 든 국방부가 보상금 대신 ‘특별공로금 3,500여만원’을 주겠다고 통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1990년대 중국을 통한 민간 우회 공작원으로 활동했던 A씨는 11일 “소송 전엔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던 군이, 내가 법원 판결문까지 받아내자 보상금은 주지 않고 약간의 공로금을 주는 것으로 대신 하려 한다”며 “목숨 걸고 활동한 대가가 고작 이 정도라면 누가 국가에 대해 충성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우회 공작원 A씨가 북한 방문 당시 촬영한 숙소 사진.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걸려있다. A씨 제공/2019-06-11(한국일보)

A씨는 1994년 7월 김 주석 사망 뒤 ‘조문파동’으로 남북간 소통창구가 막히자,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 들어가 두 눈으로 직접 김 주석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당연히 정부의 공식 방북 승인은 없었고 이 때문에 북한에서 몇 차례 죽을 고비도 넘겼다. 대북 첩보 활동으로 중국 공안에 붙잡혀 고문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보사가 별 말 없이 연락을 끊자, 배신감을 느낀 A씨는 2014년 국방부 산하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에 특수임무에 대한 보상을 신청했다. 보상심의위도 “특수임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결국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A씨를 두고 “군 첩보부대에 소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보상심의위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통상 국가기관은 항소를 계속해 대법원 판례를 남긴다. 항소를 포기한 것은 그만큼 A씨 주장을 반박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달 A씨가 받은 ‘보상결정통지서’에는 ‘보상금 0원, 특별공로금 3,048만원, 지연가산금 510만원’이라 적혀있었다. A씨는 법원이 자신의 활동을 인정했음에도 공식 보상금이 0원으로 책정된 부분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과연 애국이 보상받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A씨는 미처 지급받지 못한 중국 첩보활동 경비, 신변 위협에 따른 정신적 고통, 오랜 공작활동에 따른 가정파탄 등을 보상하라며 재심을 신청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우회 공작원 A씨가 북한 방문 당시 촬영한 호위총국 차량. 번호판에 특수 차량임을 알리는 붉은 별이 그려져 있다. A씨 제공/2019-06-11(한국일보)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A씨가 활동할 당시 보수를 받았으니 특별히 더 보상할 필요가 없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민간인도 특수임무를 했다면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 취지와 다르다. 여기에다 공작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공작활동이 끝나면 소정의 해고 대책비를 지급하면서 비밀 서약을 작성하지만, A씨와는 그런 절차도 밟지 않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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