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이 축하 공연에 초청되면서 한국에서도 많이 유명해진 프로그램이죠. 오늘은 영국의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결승까지 진출했던 한 반려견 팀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올해 10살인 셰퍼드 품종 은퇴 경찰견 ‘핀(Finn)’과 그의 보호자 ‘데이브 워델(Dave Wardell)’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핀은 보호자이자 현직 경찰인 그와 함께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읽는 신기한 ‘마술’들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왔습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디션 자리에서, 데이브 워델 씨는 한 심사위원에게 “생각나는 단어 하나를 스케치북에 적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해당 심사위원이 단어를 적자, 그 단어를 보지 않기 위해 뒤로 돌아선 워델씨가 이번엔 “스케치북을 감추고 무대로 올라와 핀에게 그 단어를 속삭여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심사위원으로부터 단어를 들은 핀은 워델 씨의 곁으로 다가와 무언가 귓속말을 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고, 핀의 말을 전해들은 그는 곧바로 심사위원이 적었던 단어를 정확히 맞췄죠.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 핀의 모습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는데요. 이어 무대 화면에 ‘핀’과 ‘데이브 워델’ 씨의 과거 이야기가 짤막하게 띄워졌습니다. 경찰 동료 시절, 동고동락하며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아찔한 사고를 당했던 기억 등이 공개됐죠.
영국을 울린 ‘사람과 반려견의 진한 우정’
2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DailyMail)에 따르면 2016년 10월 5일, 흉기를 든 강도 체포 작전에 투입됐던 워델 씨와 핀은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용의자를 쫓던 중 핀이 가장 먼저 범인을 포착했고, 그대로 달려들어 범인의 다리를 물었다고 하는데요. 데이브 워델 씨가 급히 뒤쫓아가 용의자를 체포하려던 순간, 용의자는 들고 있던 칼로 자신을 물고 있던 핀을 수차례 찔렀다고 합니다. 워델 씨는 당시 “범인은 25cm정도 되는 칼을 휘두르며 나를 위협했고, 내 목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 핀이 뛰어올라 대신 칼에 맞았다”며 “평생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 회상했습니다. 수차례 칼에 공격당하던 와중에도 핀은 “물고 있던 범인의 다리를 절대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임무를 완수한 핀 덕분에 해당 용의자는 결국 체포될 수 있었지만, 칼에 찔린 핀은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는데요. 심장으로부터 1cm 떨어진 곳과 폐에 칼을 맞은 핀은 큰 병원으로 옮겨져 4시간 동안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핀의 보호자 데이브 워델 씨는 “핀은 수술 직전까지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서 응급 처치를 받으러 가는 길에서도 핀은 칼에 베인 워델 씨의 손을 핥아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그는 “난 그저 눈물범벅이 된 채로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작별하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꼭 그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면서 당시를 돌아봤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핀은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두 달이 지난 같은 해 12월 22일, 핀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다시 동료 경찰과 함께 범죄자를 검거하러 다니기 시작했죠. 4개월 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던 핀은 2017년 4월 8일, 자신의 생일날 결국 은퇴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워델 씨는 “당시 핀을 다치게한 범인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토로하며 “그동안 경찰견들의 안전을 보호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는데요. 핀의 사건을 계기로 ‘사람을 위해 일하는 동물’에 관한 지역 시민의 관심이 급등하면서, “서비스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할 경우 위법 행위로 간주한다”는 새로운 동물보호법이 제정돼 국회를 빠르게 통과했습니다. 경찰견 핀의 이름을 따 ‘핀 법(Finn’s Law)’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법안은, 드디어 올해 6월 8일 잉글랜드와 웨일즈 내에서 발효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워델 씨는 “더 많은 영국 시민이 '핀'의 이야기, 그리고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핀과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는데요.
비록 우승을 차지하진 못한 채 '쇼'는 끝났지만, 결승전 당일 그는 핀과 함께 "그동안 '핀 법'이 발효될 수 있도록 함께 용기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며 수많은 영국 시민들로부터 존경과 응원의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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