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상금 기금으로… 민족 평화통일 기도할 것”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향년 97세로 10일 별세한 고(故) 이희호 여사가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으로 사용하도록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는 11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여사의 유언을 발표했다. 이 여사는 생전에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유언장을 작성했다. 유언 집행에 대한 책임은 김 상임이사에게 부여했다.
이 여사는 대통령 사저 기념관 건립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상금을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유언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김 상임이사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며 “제가 (기념사업과 기금 사용에)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협의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또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어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이 여사의 임종 당시 상황도 소개했다. 김 상임이사는 “유족들이 모두 임종을 지키면서 성경을 읽어드리고 기도하고 찬송을 부를 때 여사님도 함께 찬송을 부르시며 편히 소천하셨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4시55분 병원을 찾은 권양숙 여사는 “여사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저희가 오래 기억하겠습니다”라며 “제가 외로울까 봐 봉하도 자주 오시고 했는데 최근에 찾아 뵙지 못했습니다. 여사님은 대통령님 곁에 가실 수 있어서 좋으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박한수 평화센터 대변인이 전했다. 이 때 이틀간 눈을 감고 있던 이 여사가 눈을 떠 권 여사를 봤고, 이 여사 곁을 지키던 가족들은 “어머니 편안하세요. 사랑해요,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그날 오후 10시45분 가족들이 찬송가와 시편을 낭독할 때 입을 움직이며 함께 따라 불렀다. 그리고 오후 11시35분 갑자기 건강이 악화됐고, 11시37분 별세했다.
장례는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김 상임이사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건강 이상설에 대해 “어떤 병으로 소천하신 게 아니라 노환으로 가셨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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