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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혐오, 가짜뉴스만 바로잡아도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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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혐오, 가짜뉴스만 바로잡아도 줄어들 것”

입력
2019.06.14 04:40
수정
2019.06.14 07: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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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러브아시아 관장

김봉구 (사)러브아시아 관장은 “이주민에 관한 가짜뉴스만 바로 잡아도 이주민 혐오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각 정부부처별로 쪼개진 이민정책을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김봉구 (사)러브아시아 관장은 “이주민에 관한 가짜뉴스만 바로 잡아도 이주민 혐오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각 정부부처별로 쪼개진 이민정책을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모든 인간은 피부색, 인종, 종교, 출신국가에 의해 차별을 받아서도, 차별을 해서도 안 되는 게 상식이죠. 그 평범한 상식이 지켜지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할 때 대한민국의 국격이 한 단계 더 향상될 겁니다.”

지난 달 31일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김봉구(49) ㈔러브아시아-대전외국인복지관 관장의 소감은 사뭇 진지했다. 김 관장은 2002년 대전 외국인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와 쉼터 설립을 시작으로 대전 충청 일대 이주민 정착을 지원했고, 2011년 다양한 이주민 지원 기관을 총괄하는 ㈔러브아시아를 만들어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서울 장충동에서 만난 김 관장은 “약자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이들을 돕기 위해 (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약자 중에서도 왜 이주민 지원을 선택하셨냐’는 질문에 김 관장은 십수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김 관장의 또 다른 직업은 목사. 목회 활동을 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노숙인 쉼터를 지원했다. “당시 외환위기 이후라 노숙인이 많았고, 보건복지부든 지방자치단체든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쉼터나 자활사업도 많이 운영했어요.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노숙인은 국민이니까. 당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을 때였고, 외국인고용허가제도 시행되기 전이라 외국인 불법체류율이 50%에 달할 때였습니다. 노숙자 지원은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으니 더 소외된 분들을 돕자는 생각이 앞섰죠.”

이주민 쉼터를 운영하며 김 관장이 알게 된 건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어긋나는 정부의 이주민 지원 정책이었다.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의료사각지대. 합법적으로 국내 들어온 외국인노동자 조차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서도 쉽게 병원, 보건소를 이용하지 못했다. 장시간 근로가 많은데다 병원이 문을 여는 평일 낮에 휴가나 조퇴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2005년 의사, 약사 등 의료 자원봉사자를 모아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소를 열었다. 15년째 운영하는 진료소의 의료봉사자는 500여명,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받은 이주노동자는 1만7,000명에 달한다.

호암상 사회봉사 부문을 수상한 러브아시아 김봉구 관장. 홍윤기 인턴기자
호암상 사회봉사 부문을 수상한 러브아시아 김봉구 관장. 홍윤기 인턴기자

김 관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의료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무료진료소를 차렸듯이, 외국인들의 그 다음 필요를 충족하면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인권센터(2005), 필리핀 코피노 지원센터(2008), 다문화어린이도서관(2009)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정부 주도의 외국인 정착 지원이)아무것도 안 돼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여성가족부가 운영 지원하는 다문화가족센터는 세운지 10년이 넘었지만 초기 정착민 위한 한국어교육을 하는 데에 그치거든요. 한국에 갓 들어온 분은 한국어교육이 중요하지만 정착 5년이 지나면 관심사가 미취학 아동의 교육문제, 취업문제로 바뀌죠. 정착 10년, 20년째 관심사는 또 달라요.” 김 관장이 2014년부터 다문화레스토랑 ‘아이엠아시아(I’mAsia)’를 직접 운영하게 된 이유다. 결혼이주한 여성들의 일자리를 직접 마련하게 위해 만든 이 레스토랑은 현재 3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김 관장은 “현재 이주민 지원사업 상당부분은 정책이나 예산이 이주민들의 요구를 따라주지 못해 민간이 하고 있고, 그런 민간기관을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현장 중심, 소비자 중심으로 가면 답은 금방 풀린다”고 말했다.

애초에 ‘약자를 돕는 일’로 이주민 지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들을 만나는 10여년간 김 관장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선뜻 자원봉사와 후원을 해주는 지역주민들도 있지만, 이주민 센터를 혐오의 시선으로 보는 배타적인 이웃도 있다. 그는 “이주민 정책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노동, 여성, 유학생 등 분야별로 역할분담을 하면 이들이 반드시 한국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가짜뉴스만 바로잡아도 혐오가 줄어들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국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하는데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취업할 수 있는 직종은 국내 인력을 구할 수 없는 3D업종에 한정돼있어요. 이주민에 정부가 퍼주기 지원을 한다는데 이들이 내는 세금, 4대보험이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인데 정부 지원책은 다문화정책을 포함해도 1,500억원 수준이죠. 자본주의 관점에서도 지금의 배타적 시선은 바꿀 필요가 있어요. 문재인정부가 신남방정책을 강조하고 있듯이 아세안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에요.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족여성들은 조국에 한국의 이미지를 알릴 사람들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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