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국제 소송전이 국내로까지 번졌다. 미국에서 2차전지 관련 영업기술을 유출 당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LG화학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서울중앙지법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의 소송 제기로 명예가 훼손됐고, 신뢰도 하락 등으로 향후 배터리 사업에서 큰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10일 서울중앙지법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고, SK이노베이션은 적극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10억원을 우선 청구하고 향후 손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손해배상액을 추가로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장에서 자사의 배터리 연구는 1992년 시작돼 2011년 한국 최초 양산 전기차에 공급하는 등 이전부터 선도적인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이 전기차 2차전지 관련 기술을 빼갔다는 LG화학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의 소송제기로 인한 유ㆍ무형의 손해, 앞으로 발생할 사업 차질 등의 피해가 막대하다”며 “소송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화학의 근거 없는 주장은 2022년부터 폭스바겐에 공급하기로 한 미국 공장의 배터리 생산과 수출, 향후 관련 사업 수주전 등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른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달리 이번 LG화학의 소송은 이른바 ‘아니면 말고 식 소송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영업비밀을 침해한 정황이 있으니 일단 소송을 제기해서 확인하겠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LG화학이 지난 2011년 리튬이온 분리막(LiBS)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패소하고, 항소심에서 합의 종결한 것도 같은 사례라고 SK이노베이션은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사이의 선의의 경쟁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LG화학이 근거 없는 비난을 계속해 온 상황에서 더 이상 근거 없는 발목잡기를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소송을 당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고객ㆍ구성원ㆍ사업가치ㆍ산업생태계ㆍ국익 등의 보호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제기에 대해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를 두고 맞소송을 제기해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 “ITC에서 지난달 30일 조사 개시를 결정했는데도 ‘근거 없는 발목잡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오랜 연구와 투자로 확보한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ITC 소송은 내년 6∼7월 예비판결, 11∼12월 최종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최대 3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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