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잉 공연도 하는 하세가와 요헤이는 “클럽에선 템포가 빠른 시티팝이나 1990년대 시부야케이, 리듬앤블루스 스타일 곡들을 선곡하고, LP바에선 ‘라이트 멜로우’라 불리는 낭만적인 노래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시티팝의 세계를 유영하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뮤지션이 있다. “시티팝이 사탕 이름인 줄 알았던”(가수 김현철) 시절부터 서울 홍대 인근 클럽에 일찌감치 시티팝을 전파한 ‘시티팝의 문익점’이자, 시티팝의 대중화를 이끈 ‘시티팝 전도사’ 하세가와 요헤이(長谷川陽平ㆍ48)다. ‘요헤이’의 한자 표기 陽平을 그대로 읽은 ‘양평이형’이라는 애칭으로 더 친숙한 하세가와는 지금은 해체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로, MBC ‘무한도전’ 가요제 출연 등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오래 전부터 DJ 활동도 병행해 온 그는 최근 시티팝 열풍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세가와는 우연히 접한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악에 빠져 1995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20년 넘게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LP 수집가로도 유명한 그에게 시티팝은 주전공인 록만큼이나 친숙하다. 그가 공연에서 자주 소개했던 음악들이 언젠가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하세가와는 “평소 즐겨 들었던 음악으로 디제잉을 했는데 일부러 찾아와 듣고 불러 주는 분들이 많아져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현철과 장필순, 빛과 소금, 모노 같은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가들이 시티팝 선구자로 재해석되고 있지만, 원류는 1980년대 일본 시티팝이다. 하세가와는 시티팝 전성기에 10대 시절을 보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계정에 ‘I can speak Japanese FLUENTLY(일본어를 유창하게 합니다)’라는 익살맞은 소개 문구를 실었을 정도로 그 자신도 팬들도 때때로 잊어버리곤 하지만, 하세가와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인 제가 느낌을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티팝 디제잉을 하게 됐어요. 시티팝 특유의 여유와 호화, 낭만이 깃든 분위기에 대중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시티팝 대부’ 야마시타 다쓰로와 ‘시티팝 여제’ 다케우치 마리야를 비롯해 가도마쓰 도시키, 마쓰바라 미키 등 ‘시티팝 대가’들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다. 2000년대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사랑받은 프리템포와 엠플로 같은 1990~2000년대 음악도 종종 소환된다. “시티팝 사이사이에 1980년대 일본 아이돌인 마쓰다 세이코, 나카모리 아키나, 소넨타이(소년대) 등도 섞어서 트는데 오히려 그 음악들이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때가 많아요. 춤추던 관중들이 DJ 부스까지 와서 ‘뮤지션이 누구냐’고 묻기도 하고요. 좋은 노래는 장르와 상관이 없구나 느끼는 순간이었죠.”

추천하고 싶은 시티팝 뮤지션으로는 야마시타 다쓰로를 첫 손에 꼽으며 불멸의 명반 ‘포 유(For You)’를 권했다. “시티팝 마니아에게는 지겨울 수 있으나 다른 음반들을 듣고 나서 다시 들으면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설적인 포크록 밴드 핫피엔도 출신 오오타키 에이치는 ‘가장 일본적인 시티팝’으로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시티팝은 30년을 건너 온 ‘오래된 미래’다. 하세가와는 “시티팝 열풍이 세대간 소통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옛날 음악과 현대 음악의 단절을 극복하는 데도 이미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잇달아 발표된 시티팝 스타일 신곡들에 대해 유행만 흉내 냈을 뿐 새로움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하세가와는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것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도 있고 그것이 널리 알려졌을 때 ‘새로움’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 평가했다.

하세가와는 일본에서도 종종 디제잉 공연을 한다. 1970년대 후반 디스코풍 가요나 1980~90년대 유행 음악을 주로 선곡한다. “동아기획 출신 뮤지션들이 특히 인기가 많아요. 김현철,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 장필순 등이 유명하죠. 몇 년 전 일본에서도 시티팝 열풍이 불었는데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서 또 다시 찾아 듣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하세가와는 홍대 인근 클럽에서 시티팝 파티 ‘프롬 미드나잇 도쿄(From Midnight Tokyo)’와 ‘디스 이즈 더 시티 라이프(This is the City Life)’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시티팝을 알고 싶다면 제 공연에 놀러 와 주세요. 시티팝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겁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