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게임’ 시대가 올해 가을 시작된다. 전 세계에 수많은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안정적인 스트리밍 게임 환경을 구축하고 나면, 앞으로 게임업계 생태계 자체가 뒤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M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 개막을 앞둔 9일(현지시간) 자체 브리핑 행사를 열고 오는 10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프로젝트 엑스 클라우드(Project xCloud)’를 정식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종류는 서버 자체에서 구동되는 방식과 MS의 게임 콘솔장치 ‘엑스박스’ 시리즈를 통해 구동되는 방식 두 가지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면 현재 엑스박스 원 콘솔에서 제공되고 있는 3,500개에 달하는 게임을 모두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구글도 7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11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를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은 “올해 시작될 ‘스태디아 프로’는 월 9.99달러로, 최대 4K 해상도와 60FPS(초당 프레임) 품질을 자랑한다”며 “내년에는 구독료가 없는 ‘스태디아 베이스’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태디아 프로는 북미ㆍ유럽 지역 14개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스트리밍 게임이란 게임을 기기에 내려 받거나 설치하지 않고 클라우드에 올려진 게임에 접속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이미 대중화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매달 일정 금액의 구독료를 내고 구매한 게임을 즐기는 형태로, PC뿐만 아니라 모바일과 콘솔 등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든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서버 자체에서 게임이 구동되는 만큼 서버 접속에 걸리던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저사양 기기에서도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스트리밍 게임은 음원ㆍ동영상과 달리 단순한 콘텐츠 제공을 넘어 수많은 이용자의 조작에 실시간 반응해야 하는 만큼 엄청난 컴퓨팅 능력과 서버 용량이 필요하다. 세계 54곳의 데이터 센터를 갖추고 있는 MS와 20곳의 클라우드 리전(데이터 센터 묶음)을 가지고 있는 구글에 게임업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지연 속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인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는 서버와의 빠른 통신이 생명인데, 때문에 데이터 센터와의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다. MS가 2017년 서울과 부산에 데이터 센터를 세웠고, 구글은 내년 초 국내에 클라우드 리전을 개소할 예정으로, 우리나라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개시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고 있다.
업계는 ‘게임의 미래’라고 불리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주시하고 있다. 스트리밍 방식이 주류가 된다면 게임 개발부터 서비스, 마케팅까지 게임 생태계 자체가 변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디 게임사들이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게임을 만들어내기가 쉬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낯선 서비스인 데다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해 보이지만, 정식 공개되고 나면 국내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