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한일관계가 나쁘다‘는 응답이 한일 각각 82.4%, 83.0%로 나타났다. 일본을 ‘신뢰하지 않는다’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한국인이 75.1%, 71.6%나 됐고, 한국에 대해 같은 감정을 가진 일본인도 74.0%, 64.0%에 이르렀다. 이런 최악의 한일관계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한국은 56.5%, 일본은 66%로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보다 서너 배나 많았다.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지적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여론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보니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갈등 현안인 징용 배상과 관련, 이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보는 일본인이 78.0%인데 반해 한국인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율이 79.3%였다. 과거사 문제는 해법 모색 과정에서 한일 모두 국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양 국민의 현안 인식이 이처럼 극과 극인 상황에서는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 발휘에도 제약이 있다.
그렇다고 한일관계를 지금처럼 두고만 볼 수는 없다. 과거사 문제의 불똥이 언제든 다른 분야로 튈 수 있다는 것은 초계기, 수산물 수입 규제 갈등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불편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한일 모두 국익 훼손만 커질 뿐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면서 에둘러 한일 화해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고 있는 것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 여론조사를 보면 비록 상대국에 대한 호감은 낮지만 한일 모두 과반수가 ‘경제, 문화 교류에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양국을 오가는 관광객 숫자 역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거듭해 온 이야기지만 결국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는 양국 지도자들이 쥐고 있다.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 적어도 갈등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방향이라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기싸움만 벌일 시기는 진즉 지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