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의 높은 손해율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미 두 차례 보험료를 올려 추가 인상이 여의치 않은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 개선 대안으로 할인특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의 안전운행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특약을 설계, 사고 확률을 줄이고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 인슈어테크(ICT를 접목한 보험 서비스)를 결합한 특약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3월부터 커넥티드카(무선인터넷 연결 자동차)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운전습관연계보험(UBI) 상품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의 커넥티드카 서비스 ‘블루링크’ 이용자에 이어 최근엔 기아자동차 ‘유보’ 이용자가 가입 대상에 포함됐다. 커넥티드카 장치에 기록된 급가속, 경로 변경 등의 운행 기록을 토대로 운전습관 점수를 도출하고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보험료를 최대 12%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운전습관 특약 상품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것은 DB손해보험이다. 2016년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에 저장된 운전 정보를 토대로 안전운전자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UBI 특약을 내놓아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특약 가입자의 손해율이 일반 가입자에 비해 10%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상품 도입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는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하루 6,000보를 걸으면 자동차보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약 상품을 심사 신청한 상태다. 스마트폰에 기록된 걸음 수를 근거로, 요건을 충족한 가입자에게 보험료 3%를 깎아준다. KB손보는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일정금액 이상으로 이용하면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특약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할인특약 확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큰 상황에서 손해율을 축소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상 부담을 덜고 보험사는 사고 가능성이 낮은 고객을 확보해 보험금 지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보사들이 손해율 개선을 위해 기존 할인특약의 할인율을 낮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보험사들은 현재로서는 특약 할인율 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손해율 개선에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블랙박스 특약이나 주행거리(마일리지) 특약 등 손보사 대부분이 제공하는 특약은 혜택을 줄였다간 자칫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여론 반응을 고려하면 특약 할인율을 조정한다 하더라도 블랙박스 특약과 같은 일반화된 특약보다는 가입자가 적은 첨단안전장치 특약 쪽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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