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의, 삼성차 협력업체 모니터링]
일감 감소… 협력업체 피해 눈덩이
‘고용유지지원금’, 하루 손실 못 미쳐
시민연대 “하루 빨리 협상 나서라”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명예퇴직으로 9명을 내보냈습니다. 평소 노사 가치를 높게 추구했으나, 창립 이래 최악 상황에 직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 실시하게 됐습니다.”
르노삼성차 노사의 임단협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부산상의가 부ㆍ울ㆍ경 협력업체에 대해 긴급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최악이다. 손실이 누적돼 한달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액이 하루 손실액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직원 월급이 고정적으로 지급되고 있지만 잔업도 없고, 하루 8시간 생산물량마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A사는 르노 사태로 일감이 반토막났으며, 8시간 조업이 불가능해 임금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반적으로 르노의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올해 들어 파업사태의 영향으로 수주물량이 절반가량 감소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직원 월급은 동일하게 지급되고 있지만, 일감이 하루 8시간 조업할 물량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근로자에 경우 임금이 줄다 보니 이직할 우려가 크고, 이직을 막을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B사는 물량 감소에 외국인근로자를 줄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최근 사태로 납품물량이 50% 감소한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잔업 없이 5시에 퇴근을 하고 있으며, 르노삼성공장 가동 중단에 맞춰 단체 연차를 사용,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내년 초 계약이 만료되는 외국인근로자 4명을 줄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C사는 사무 관리직의 30% 가량이 이직했으며, 품질 경쟁력 저하 위기를 호소했다. “지난 분기와 비교할 때 물량이 15~20% 가량 감소한 상황”이라며 “최근 물량이 줄어 삼성차의 휴업 계획에 맞춰 단체 연차를 사용, 생산량과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으며, 생산관리와 품질관리, 개발 등 사무관리직은 이미 30% 가까이 자발적 이직을 한 상태인 가운데 생산직은 쉽게 조정이 어려워 그대로 유지하며 청소를 실시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직한 일부 직원들이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는 등 이직 직원들의 연쇄 진정 우려가 높아 대응 방안을 놓고 긴장하고 있다.
D사는 애매한 상황 탓에 사업계획 수립이 어렵다고 현상을 개탄했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 외에도 GM과 닛산 등에 납품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15~20% 가량 물량이 줄어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면서 “르노의 생산 물량 감소가 확정되면 인원 감축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겠지만, 향후 파업이 해소되고 납품물량이 일시에 늘어나면 오히려 잔업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사는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 없는 이번 파업으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고 발을 굴렀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차의 전면파업으로 아예 공장 문을 닫아버리면 협력업체도 이에 대응해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애매한 생산량으로 공장 가동만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협력업체가 공장을 가동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힘든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든 만큼 비가동 휴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휴업도 한계가 있으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회사 손실분이 보전되지 않을뿐더러 지원금만으로 고용을 유지해 나가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사가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간다면 결과는 노와 사 모두의 공멸뿐”이라며 “르노삼성차 노사가 냉정을 되찾기를 거듭 촉구하며, 한시라도 빨리 임단협 쟁점 협상으로 돌아가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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