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켜 한진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0일 그룹의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한진그룹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지를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인사의 조기 복귀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조 전 전무의 경영 복귀에 따라 ‘땅콩 회항’ 논란을 일으켰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전 대한항공 전무는 이날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조 전무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한진칼 사옥으로 출근했다. 지난해 4월 물컵 갑질 사태로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약 14개월 만이다.
조 전무는 앞으로 한진그룹의 사회공헌 활동 및 신사업 개발을 전담할 계획이다. 조 전무는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로 광고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는 고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사의 경영에 나설 예정”이라며 “한진그룹에서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사회공헌 활동 및 신사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한진그룹의 경영 승계와 관련해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 전무 등 3남매 간 합의 또는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한진그룹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3남매간 갈등설이 불거져 나왔었다.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자료 제출을 할 때 조 회장을 처음부터 동일인으로 명확히 지정하지 못했던 것은 이들의 경영권 분쟁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회사 안팎에서 불거져 나왔다. 한진칼은 조양호 전 회장이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고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무(2.30%)가 각각 3% 미만의 지분을 보유해 3남매가 갈등을 빚을 경우 조 회장의 경영 승계가 순조롭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왔었다.
재계 관계자는 “두 자매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상속 지분을 모두 우호지분으로 남기겠다고 약속하고 그 대가로 그룹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식의 타협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조 전무의 인사 발령은 조원태 회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어서, 이런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전무의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 전무가 자신의 경영권을 박탈한 부친이 별세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경영에 복귀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판여론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른 복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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