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스틸 이미지. 영화사 진진 제공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따라서 도서관에는 책을 빌려 보거나 자료를 열람하거나 아니면 시험이나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러 가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독서실의 기능을 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우리 사회가 지능정보사회로 다가가면서 도서관의 기능이나 모습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작년 10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보면 뉴욕 시민의 생활 속에 폭넓고 깊숙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뉴욕 공공도서관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뉴욕 공공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보관하는 창고나 단순하게 책을 읽는 독서실이 아니라 지식의 놀이터이자 창조적이고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뉴욕 시민 세 명 중 하나 꼴로 인터넷 연결을 누리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외 계층에게 인터넷 공유기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고, 시민들이 평생 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디지털 허브를 구축하기도 한다. 저자와의 대화, 명사와의 대담, 취업정보 제공, 작은 음악회, 미술작품이나 사진 전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창조적인 활동도 계속된다. 도서관이 시민 생활의 허브이자 기술의 허브 그리고 학습센터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대형 공공도서관 뿐만 아니라 동네의 작은 커뮤니티 도서관도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필자가 몇 년 전에 호주 멜버른대학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들렀던 근처의 동네 도서관은 ‘읽고, 연결하고, 배우고, 창조하라(Read, connect, learn, create)’라는 표어를 내걸고 도서관을 다양한 자료를 읽고, 더 넓은 세상과 세상 속의 사람들과 연결하고, 그래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혁신적인 사회적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지능정보사회로 발전하고 우리 국민들이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5G,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에 투자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도서관을 지능정보생활의 허브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호주에 비하면 도서관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서울도 뉴욕이나 멜버른에 비하면 공공도서관 시설이나 서비스가 상당히 빈약하며 지방으로 내려가면 그 사정은 더 열악해 진다. 그렇다고 공공도서관을 여기 저기 새로 건립하기에는 비용도 시간도 여의치 않다.

하나의 대안은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새로운 기능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대학도서관을 혁신하여 공공도서관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이 존재하려면 사회에 가치를 제공해야 하며 대학도서관 역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대학이나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대학도서관이 대학 구성원이 이용하는 엄숙한 독서실이 아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열린 공간으로 변화된다면 우리 국민들도 공공도서관의 혜택을 어느 정도는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고려대 도서관의 경우 세계 최초로 ‘이상(理想)한 도서관’을 표방한 ‘CJ 크리에이터 라이브러리’를 개관했고 캠퍼스에 누구나 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13개의 ‘열린 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대학도서관의 공간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도서관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서관은 오히려 지능정보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시민 생활의 심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학도서관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 치열하게 혁신을 추진해야 하며 정부나 기업들은 물심양면으로 이를 도울 필요가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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