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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조업 10일 중지” 지자체 처분에 철강업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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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조업 10일 중지” 지자체 처분에 철강업계 반발

입력
2019.06.10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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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현대제철 고로 전경. 현대제철 제공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고로 전경. 현대제철 제공

국내 제철소의 핵심 시설인 고로(용광로)가 대기오염 물질을 불법 배출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잇따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조업을 정지하면 그 이후론 길게는 반년 동안 재가동이 불가능해 처분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업계와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다음달 15~24일 충남 당진제철소 고로 조업을 10일 동안 멈추라는 충남도의 행정처분에 대해 지난 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포스코 광양ㆍ포항제철소도 각각 전남ㆍ경북도에서 10일간 조업정지 사전통지를 받은 상태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고로(용광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설비로, 여기서 나오는 쇳물로 만드는 철강 제품은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쳐 조선과 자동차 등 산업재에 널리 사용된다. 고로 상단에는 내부에서 발생한 수증기나 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안전밸브(브리더)가 설치돼 있다. 충남도는 현대제철이 정비 중 인위적으로 브리더를 열어 고로 내부에 있던 오염물질을 정화하지 않은 채로 배출했다고 지난달 특별점검을 통해 발표한 뒤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대기환경보전법 31조는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환경부 장관 또는 시ㆍ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만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은 고로 오염물질 배출을 허용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철강업계는 내부 온도가 1,500도에 이르는 고로를 정비하는 상황은 브리더를 열지 않으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충남도는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고로 가동을 열흘간 중단할 경우 내부에 쇳물이 눌어 붙어 제거가 힘들거나 고로가 아예 파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는 “1개 고로가 10일간 정지되면 복구에 3~6개월이 걸리고, 8,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생긴다”며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조업정지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을 따르지 않은 경우 과징금 부과 처분도 가능하다. 그러나 충남도 관계자는 “지자체 환경 단속 부서 업무는 환경법에 따를 뿐 업계 영향까지 고려해 처분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갈등이 커지면서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적정한 처분 수위에 대해 지자체ㆍ시민사회와 기업의 열린 소통, 정부의 조정 능력 발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고체, 액체, 기체가 공존하는 상태인 고로는 가동을 중단해 균형이 깨지면 사실상 복구가 어렵다”며 “다른 업종의 일시적인 공장 가동 중단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높이 100m가 넘는 고로에서 배출되는 물질의 성분과 영향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시급하다. 환경단체들은 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이산화탄소, 납 등 유해한 물질이 다수 포함됐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철강협회는 올 1~4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인근 대기환경측정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ㆍ일산화탄소ㆍ황산화물ㆍ질산화물 등의 농도가 고로 브리더를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현재 광양시와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몇몇 제철소의 고로에서 배출되는 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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