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망스러우면서 인간미가 있는 요정 지니는 윌 스미스가 연기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알라딘’이 박스오피스 역주행으로 극장가를 뒤집어 놓았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알라딘’은 8일 하루 동안 41만5,330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350만3,430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래 일일 관객수 최고 기록이다. 개봉 초기에 관객이 몰렸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알라딘’은 상영 3주째 주말에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 반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영 1, 2주에 평일 일일 관객 10만명 안팎, 주말 일일 관객 30만명 수준으로 꾸준하게 관객몰이를 하면서 서서히 입소문을 탔고, 현충일을 낀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흥행 잠재력이 폭발했다. 8일 좌석판매율은 55.6%로 기생충(45.8%)보다 크게 앞섰다. 순도 높은 알짜 흥행이었다는 뜻이다. 관객수도 차곡차곡 불어나 올해 개봉작 중 ‘극한직업’과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생충’ ‘캡틴 마블’에 이어서 흥행 5위에 올랐다.

‘알라딘’의 인기는 달라진 시대 감성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1992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되 원작의 한계를 과감한 각색으로 극복했다. 특히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 여주인공 자스민(나오미 스콧)에 대한 관객 반응이 뜨겁다. 공주라는 신분에도 넓은 세상을 동경하고 아버지의 왕위를 이어받아 술탄이 되기를 꿈꾸는 자스민은 남자에게 구원받기만을 기다리던 여느 디즈니 여주인공들과는 다르다. 답답한 현실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외침을 담은 자스민의 주제가 ‘스피치리스(Speechless)’도 실사 영화에 새로 추가됐다. 이 노래는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와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등 기존 애니메이션 주제가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빼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나오미 스콧을 비롯해 익살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요정 지니를 재기 발랄하게 연기한 윌 스미스, 순박하고 다정한 알라딘을 그려낸 미나 마수드 등 캐스팅도 탁월했다는 평가다. 인도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역동적인 뮤지컬 장면들과 환상적인 컴퓨터그래픽(CG)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걸크러시’ 공주 자스민과 순종적인 알라딘은 과거 성 역할을 재치 있게 비튼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알라딘’ 열풍에는 특별관도 한몫 했다. 이야기 전개에 맞춰 좌석이 움직이고 각종 특수효과가 가미되는 4DX 상영관은 오전 7시대 조조상영관까지 거의 모든 시간대가 연일 매진이다.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가 “펑”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선 극장에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알라딘이 눈 쌓인 빙하지대에 내던져진 장면에선 실제로 눈이 내린다. ‘어 홀 뉴 월드’ 음악에 맞춰 알라딘과 자스민이 양탄자를 타고 세상을 여행할 때는 좌석이 좌우로 부드럽게 일렁이면서 나는 양탄자를 탄 듯한 황홀감을 선사한다. 지니가 마법을 부리는 장면에선 달콤한 과일향이 극장 안을 채운다. CGV 4DX 관계자는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신비롭게 그려진 극의 배경과 공간감을 전달하기 위해 바람, 눈, 향기, 연기, 비 등 환경 효과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며 “뮤지컬 장면의 경우 음악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음악과 전동 좌석의 움직임이 정교하게 맞아 떨어지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알라딘’ 4DX관 누적관객수는 9일 오후 2시 기준 18만5,530명으로, 올해 4DX관 상영작 17편 중에 ‘어벤져스: 엔드게임’(32만5,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상영 포맷 별로 찾아 보는 관객도 많아 ‘N차 관람’도 높게 나타난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6일까지 ‘알라딘’ 재관람률은 3.8%로 ‘기생충’(3.4%)보다 높았다. 일반 2D로 관람한 뒤 4DX와 더빙판까지 챙겨보라는 추천 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올라온다. 더빙판에선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지니를 연기해 호평받고 있다. CGV는 11일 서울 왕십리점에서 싱어롱 상영회도 개최한다. CGV 관계자는 “싱어롱뿐만 아니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댄서롱’ 상영회 요청도 빗발쳤다”며 “추후 확대 편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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