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은행 9곳 중 5곳 낮춰
“미중 무역분쟁 충격 저평가”
갈수록 확산되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내리고 있다. 수출 급감으로 4월 경상수지 적자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더욱 안 좋은 신호다. 최근 들어 우리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조심스런 낙관론과 동시에, 한편에선 비관론도 높아지는 형국이어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한층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9개 IB 가운데 5곳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췄다. JP모건과 소시에테제네랄이 각각 0.2%포인트, 씨티ㆍ바클리ㆍUBS가 0.1%포인트 내려 3.3~3.5% 성장을 예상했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면서 시장이 미ㆍ중 무역분쟁의 충격을 저평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모건스탠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할 경우 9개월 이내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은 하반기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을 25%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대외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의 성장 전망도 더 낮아졌다. 주요 9개 IB 가운데 2곳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 기존 2.6%를 점쳤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월에 2.4%로, 5월엔 다시 2.2%로 내렸다. JP모건은 2.7%에서 4월 2.4%, 5월 2.3%까지 낮췄다. 지난 4월 현재 주요 IB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3%까지 낮아진 상태다.
한국의 성장률 연쇄 하향 원인으로 IB들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를 지목한다. Bo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벼랑 끝 대결’로 치닫고 있는 무역 분쟁은 아시아ㆍ태평양권 수출 중심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그 가운데서도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우리 경제가 2분기 들어 회복국면으로 전환할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1분기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했으나 경기지수가 침체국면에서 회복국면으로 전환되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며 2분기 중 경기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이 개선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생산과 투자가 3월과 4월 2개월 연속 상승했고,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6개월 뒤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1개월 만에 동반 하락을 멈췄다.
다만 현대경제연구원도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 부진 장기화를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내수 부문에서 뚜렷한 회복 신호가 없기 때문에 수출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경기 전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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