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번째 프로스포츠로 출범한 PBA(프로당구) 투어 1차 대회가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개막 전부터 당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초대 대회 파나소닉오픈은 프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갖가지 이벤트 요소를 도입, 당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파격적인 시도로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복장 자율화다. 선수들에게 전통적인 당구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보타이를 풀고 다양한 스포츠 의류를 허용해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치어리더의 공연과 장내아나운서의 진행은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스포츠로 연착륙 가능성을 봤다. 골프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스포츠매니지먼트 기업 브라보앤뉴와 김영수 총재를 비롯한 KBL(한국농구연맹)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협회의 골프와 농구를 벤치마킹해 접목한 시도였다.
뱅크샷 2점제와 128강 토너먼트로 64강까진 상대 선수의 점수까지 뺏어 오는 서바이벌 경기 방식도 흥미를 유발했다. LPBA는 수학강사 출신의 김갑선, PBA는 오른손 경련 증세로 선수 생활을 중단했다가 왼손으로 바꿔 우승을 차지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의 감동 스토리도 덧입혀져 대회를 풍성하게 채웠다.
그러나 일각에선 극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당구 종목의 특성상 정적인 스포츠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평가도 있다. 강동궁은 “개인적으로 산만한 분위기가 더 좋다”고 했지만 일부 선수들은 과도한 호응 유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32강부터 시행된 15점 세트제 도입도 찬반이 엇갈렸다. 10점 이상 차이도 수월하게 역전할 수 있는 당구의 묘미를 보여주기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대회는 마지막 경기가 밤 11시 30분에 열려 팬과 함께 한다는 취지가 다소 퇴색됐다. 아울러 UMB(세계캐롬연맹), KBF(대한당구연맹)와 이해 관계를 풀지 못하고 더 이상의 우수 선수 수급이 막히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파나소닉 코리아의 후원으로 거창하게 시작한 투어의 향후 후원사 확보가 시급하다. 이미 약속한 기업들이 있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사실상 매 대회 새로 유치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당장 7월 21일부터 예정된 2차 투어의 스폰서는 미확정 상태다. PBA 관계자는 “첫 대회 치고 대체로 성공적이라 자평한다. 특히 선수들이 만족스러워했다”면서 “보완할 점들을 손을 봐서 점차 나은 대회로 발전시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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