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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새마을운동, 상상 만으로 설렌다”… 쿠바 청년 2인의 첫 새마을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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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새마을운동, 상상 만으로 설렌다”… 쿠바 청년 2인의 첫 새마을 유학

입력
2019.06.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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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드로와 리산드라 새마을 배우러 영남대 와서 지자체 인턴까지… 

쿠바 청년 페드로(왼쪽)와 리산드라가 9일 대구 도심에서 만나 경북 상주와 문경의 인턴 생활과 새마을 활동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쿠바 청년 페드로(왼쪽)와 리산드라가 9일 대구 도심에서 만나 경북 상주와 문경의 인턴 생활과 새마을 활동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쿠바에 새마을운동 첫 전수자가 될 겁니다.”

중남미 33개국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의 젊은이 2명이 “쿠바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한국에서 틔우고 있다. 영남대에서 1년간 새마을학을 배운 페드로 페네케 실바(31)씨와 리산드라 레이바 레알(30ᆞ여)씨가 올 3월부터 각각 경북 상주시청과 문경시청에서 인턴으로 현장을 누비며 새마을운동의 이론과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다.

쿠바 수도 아바나 출신인 페드로는 상주의 농업기계축제와 미곡종합처리장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있고 가끔 상주에 터 잡은 축구팀 상무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쿠바 동부 도시 올긴에서 온 리산드라는 매주 목요일 문경지역 새마을지도자들과 함께 어린이 새마을교육을 하고 4월말 문경찻사발축제 때는 새마을부스를 만들어 한국 관광객에게 홍보활동도 펼쳤다.

한국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미수교국에, 사회주의국가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쿠바에서 어떻게 왔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국교가 없다보니 비자가 나오는데만 45일이 걸렸다”는 페드로는 “영남대 합격 통지서를 받고도 비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원형탈모증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페드로와 리산드라는 아바나의 우시컴퓨터엔지니어링대를 같이 다녔지만 학창시절에는 서로 모르고 지냈다. 하지만 졸업 2개월 후인 2011년 9월 아바나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데 소프트’(De Soft)를 같이 입사하면서 좋은 동료로 지냈다. 그러다 한국대사관 역할을 대신하던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아바나무역관을 통해 한국과 새마을을 알게 됐다.

이들은 컴퓨터 엔지니어답게 인터넷으로 새마을운동을 샅샅이 검색한 끝에 지난해 1월 6년여 동안 다니던 회사에 동반 사표를 던졌다. 당시 코트라를 통해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 처음으로 원서를 낸 쿠바인 11명 중 페드로와 리산드라가 최종 낙점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들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추위였다. 태양의 나라에서 온 이들은 사전에 영남대의 콜롬비아인 멘토로부터 “옷 따뜻하게 입어라”는 조언을 받았지만 경험하지 못한 추위가 어떤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너무 추웠어요. 한국서 처음 산 물건이 두툼한 외투예요.”

쿠바 청년 페드로(오른쪽)와 리산드라가 9일 대구 도심의 한 식당에서 만나 경북 상주와 문경의 인턴 생활과 새마을 활동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쿠바 청년 페드로(오른쪽)와 리산드라가 9일 대구 도심의 한 식당에서 만나 경북 상주와 문경의 인턴 생활과 새마을 활동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학교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우리말을 전혀 몰랐던 이들은 한국어와 새마을학을 동시에 공부해야 했다. 특히 대학원 4학기 중 3학기를 1년 만에 마쳐야 하는 과정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공부할 시간이 너무 모자라요. 1년 중 방학이 한 주 있지만 놀러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리산드라는 양성평등에 관심이 많다. “1970년대부터 새마을지도자를 선발할 때 반드시 남녀 각 한 명씩 뽑도록 한 것을 보면 새마을운동을 통한 여성의 사회참여와 평등도 가능한 것 같아요.”

이 대학원은 외국 유학생들이 새마을과 한국의 발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매주 금요일 포스코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현장을 누빈다. “한국과 새마을운동을 알기 위해서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것이 최외출(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글로벌새마을개발네트워크(GSDN) 회장의 말이다.

외국인 대학원생들은 매월 1일 아침이면 빗자루와 집게를 들고 대학 캠퍼스를 청소하고 추석에는 윷놀이와 줄다리기, 제기차기 등을 하며 한국 문화에 흠뻑 빠진다. 태권도도 배운다.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맞아 이 대학원이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페드로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2013년 8월 새마을학 석사 29명을 첫 배출한 이 대학원은 지금까지 61개국 530명의 외국인 졸업생을 배출했다. 페드로와 리산드라가 졸업하면 쿠바인 최초 새마을학 석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쿠바 청년 페드로(왼쪽)와 리산드라가 9일 대구 도심에서 만나 경북 상주와 문경의 인턴 생활과 새마을 활동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쿠바 청년 페드로(왼쪽)와 리산드라가 9일 대구 도심에서 만나 경북 상주와 문경의 인턴 생활과 새마을 활동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영남대에서 새마을학 박사도 따고 싶다”는 리산드라는 대학원 4학기째를 맞아 인턴도 하며 ‘새마을운동에 따른 쿠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농촌개발 방안’을 석사 논문으로 준비 중이다. 페드로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 분석에 따른 쿠바 지역개발정책의 함의’를 논문 제목으로 정했다.

페드로와 리산드라는 귀국하면 쿠바에 돼지농장을 시작으로 새마을운동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쿠바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좋아하지만 날이 갈수록 사육두수는 줄고 가격은 오르고 있어 소득증대 프로그램 1순위로 돼지 1,000마리는 키워볼 겁니다.”

의식개혁도 급선무다. “라틴아메리카에 낮잠(시에스타) 자는 풍습도 있고 일하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잘 살아보자’는 정신무장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 두 젊은이의 공통된 생각이다.

“경북의 도시에서 인턴을 하니 한국의 인정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다”는 이들은 “시골 어르신들이 사투리로 빨리 얘기할 때는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못 알아듣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쿠바에서는 통돼지바비큐와 바나나튀김을 좋아했다”는 페드로와 리산드라는 “이제 삼겹살과 김치, 안동찜닭이 없으면 못 산다”는 말로 한국에 대한 사랑을 대신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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