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망 우려” 구속영장 발부
대낮에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실체가 없는 사업을 핑계로 친형을 불러내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으나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살인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인천지법 최민혜 당직판사는 9일 오후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51)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삼산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친형을 살해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친형을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2차례 경찰 조사에서도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경찰에서 “내가 교도소에 있을 때 챙겨주지 않는 등 오래 전부터 친형과 감정이 좋지 않았다”라며 “흉기로 다치게 하려 했을 뿐 숨지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범행에 쓰인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과거 한차례 진척이 없이 끝난 사업을 핑계로 친형 B(58)씨를 불러낸 정황 등을 볼 때 계획적으로 형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과거에 한차례 형과 같이 사업을 하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막상 형을 만나서 할 얘기가 없으니 사업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라며 “흉기는 범행에 쓰기 위해 미리 구입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달 7일 낮 12시 6분쯤 인천 계양구 한 카페에서 B씨 배 등을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카페에서 B씨와 5분 가량 대화를 나누다가 흉기를 꺼내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구두 소견에서 “B씨가 과다 출혈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도주한 경로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범행 10시간만인 이날 오후 10시 10분쯤 경기 부천시 상당 한 호텔에서 그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과거 마약 복용 등으로 벌금형과 징역형을 선고 받은 전과 13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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