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2011년에도 암살될 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생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뿐 아니라 한국 정보당국과 접촉하며 정보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권력 교체 시기인 2011년에도 한차례 암살될 뻔했다는 증언도 새롭게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돈을 벌기 위해 CIA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중국 정보기관들과 접촉해왔다”고 보도했다. 자신이 북한 정권에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해 중국,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정보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아왔다고 소식통들은 증언했다.
김정남은 여러 정보를 건네면서도 “이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일종의 단서를 달기도 했다고 한다. 정보 당국이 거짓 정보를 가려내기 위해 자신이 아닌 다른 정보원을 찾도록 유도해 해당 정보들의 출처를 분산시키는 일종의 연막작전을 폈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부에서 6자회담 수석 대표를 맡았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2011년 말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쥔 뒤 암살을 당할 뻔했다가 살아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암살 미수 뒤 김정남은 김 위원장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했으며 중국은 북한에 자국 영토에서 김정남을 상대로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최근 출간한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서 “김정남이 CIA의 정보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를 배신행위로 간주한 김정은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과 관련된 CIA에 대한 정보를 봤다”며 “그런 일은 내 정권에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과 김 위원장 간 신뢰를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째 부인 성혜림의 아들인 김정남은 2001년 일본에서 추방된 뒤 중국 베이징과 마카오에서 주로 생활해왔다.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의 화학무기 공격을 받고 숨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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