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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입법은 사회 변화 수단, 소수에 쏠린 권한 나눠야”

입력
2019.06.10 04:40
수정
2019.06.16 18:5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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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5> 김수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법안은 기술이 아닌 문제의식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며 “최대한 많은 시민들의 문제의식과 요구를 담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근 기자
김수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법안은 기술이 아닌 문제의식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며 “최대한 많은 시민들의 문제의식과 요구를 담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근 기자

“법안이 단지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절감했죠. 각자 문제의식을 토대로 상황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입법이잖아요. 소수 엘리트에게 쏠린 이 권한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수민(32)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유’, ‘배분’, ‘함께’, ‘선순환’과 같은 단어를 강조했다. 그간 공들여 온 본인의 정책 및 입법 제안 플랫폼 ‘내일티켓’을 설명하면서다. 누구든 바라는 바를 적어 제출하면 접수 확인서인 내일티켓을 발행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해 입법에 반영하는 프로젝트다. “내가 45명 몫을 해야 하는데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에서 모색한 돌파구였다.

김 의원은 “2030세대가 전체 국민의 30%를 차지하는데 국회의원 300명 중 만 39세 이하가 2명(당선 시점 기준)이자 0.6%뿐이라는 얘기는 이들이 각각 45명 몫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찔할뿐더러, 이대로라면 국회에서 내 존재 자체가 상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다 싶었다”고 진단했다.

“청년비례로 왔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청년이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힘든 오늘을 떠나 내일로 갈 티켓을 함께 만들자. 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정치가 아니라 그 니즈(needs)들을 담을 그릇이 되자. 기존에 브랜딩, 스타트업을 하며 가치를 만들었던 습성도 영향을 준 거죠.”

이런 플랫폼과 각종 입법 워크숍을 통해 그는 2,500여명의 의견을 들었다. 그중 직접 만난 시민만 2,000여명이다. “쇼핑몰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없더라”는 젊은 아빠의 목소리를 비롯해, 직장 등에서 차별, 갑질, 꼰대질을 예방하자는 총 10개의 문제의식이 ‘꼰대방지법’ 등 법안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성장시대의 인과관계가 다 끊어진 가운데 기본 전제부터 달라져야 할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라며 “정치인 본인이 주인공이 돼 그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에서 출발하는 방식, 즉 참여민주주의를 실행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정치, 특정인의 정치가 아니라 일상의 정치가 실현될 때 우리가 비로소 더 나은 세계로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년 그 자체가 정치인으로서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네 경쟁력은 뭐냐고 묻는 말에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정치인은 음식이 아니라 그릇이다. 시민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을 담을 공간이 풍부한 그릇이 되고자 해요. 그릇으로서 누가 얼마나 더 잘 해낼 지가 경쟁력의 관건이라 봅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으로 해온 의정활동은 어떠셨나요. 

“국회의 평균연령이 55.5세잖아요. 현재로는 신보라 의원과 저랑 현역 국회의원 중 청년이 단 2명이니까. 유권자로 보면 2030 청년의 비율이 30%인데 국회의원 300명 중에 2명이면 0.6%인 거죠. 우리의 대의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유권자 수와 의원 나이가 비례해야 할 텐데, 그 수가 확보되지 않으니. 30%이려면 90명 분을 2명의 의원이 발의하고, 1명 당 45명 몫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유권자 수에 비해 청년 의원 수가 얼마나 적은지를 보면, 우리의 대의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간단한 증거죠.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하고 24시간 일한다고 해도 꼭 필요한 정책을 45분의 1밖에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해 지더라고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청년 국회의원이 만들어 낼 수 없겠구나, 내 존재가 그냥 상징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현재로서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제까지 정책 입안가들이 법안을 만드는 방식과 달리 접근해서, 다르게 생산하고 공유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어요. 입법이라는 고유의 권한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많은 호응과 성과가 있었어요.”

 -그렇게 나온 게 ‘내일티켓’ 인가요. 

“내일티켓은 시민들이 직접 법안의 탄생 과정과 결정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사실 제가 정치를 배운 사람도 아니고, 법대를 다닌 사람도 아니고, 그간 국회의원 다수의 직업을 차지했던 판검사 법조인 교수출신 행정가 출신 보좌관 출신도 아니잖아요. 이런 직업과는 거리가 먼 쪽에서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 법안 만들려고 하니 처음에는 굉장히 장벽이 높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법안이라는 것은 문제의식이 얼마나 있냐의 차이지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어요. 그렇다면 제가 가진 문제의식이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에 속해있는지 봤더니, 노정된 많은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청년 비례로 왔기 때문에 그렇다면 나는 최대한 많은 청년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성세대 성장시대 인과관계 다 똑똑똑 끊어진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오늘이 가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라고 말할 수 없는 청년들이, 더 나은 내일이라는 기본 전제가 깨진 사회를 사는 청년들이 ‘내일’로 갈 수 있는 정책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홈페이지가 그런 ‘내일티켓’ 내용으로 가득 찬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정말 국회의원은 국민 20만명 당 1명이니까, 그 만큼의 국민을 대변하는 대변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담은 그릇. 그릇이 그 자체로 음식이 될 수는 없으니까. 기존에 보면 국민의 정치를 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어디의 딸, 어디의 적토마. 캐치프레이즈도 그렇고 홈페이지 대표 사진도 그렇고,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제까지 기성 정치인들은 생산의 시발점이 되는 정치를 했다면, 앞으로 후기 민주주의, 후반기 민주주의의 포인트는 소비자로부터 오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랜딩, 스타트업을 하면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 오고, 가치를 만들었던 그간의 습성에 근거한 것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만을 공부했던 사람이 아니라 다각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해 왔던 사람들이 더 많이 국회에 들어와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 니즈(needs)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일티켓을 통해 만난 분이 꽤 되겠어요. 

“2,500명 정도의 의견을 들었어요. 제가 직접 만난 분은 1,800명에서 2,000명 정도 되고 다른 분들은 온라인으로 만났어요. 여고생들과 만날 때, 장애 단체를 찾아갔을 때 등 만나는 그룹마다 어젠더가 다른데, 기본적으로 관철하는 것은 여성의 안전, 남성의 공정과 관련해 주요 어젠더가 잡히더라고요. 또 청년인 친구들에게 주로 티켓을 받는데 의미가 있고 법안으로 연결된 부분도 많아요. 제 또래 어떤 청년이 내일티켓을 써 주는데, 맞벌이 부부라 주말에 아기를 데리고 야외활동을 하거나, 쇼핑몰을 가면 남자 화장실에만 기저귀 교환대가 없더라는 거예요. 여성 화장실에만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문제인거죠. 바로 법안으로 발의를 했고, 본회의 올라가기 직전이에요.

많은 문제를,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길은 다르게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법안 만드는 과정 자체를 바꿔서 시민과 함께 생산하는 것,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요. 국회 의원만이 가지고 있던 입법이라는 권한이 오용돼 권력이 된지 오래라서. 이런 것들이 또 정치불신이나 청년들의 정치 무기력감으로 이어졌는데, 이 악순환 끊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더 어린 학생들과도 자주 만난다고요. 

“흔히 제 원래 활동 반경에서는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역 의원이나 지자체장, 특정 연령 및 특정 포지션에 있는 분들이잖아요. 청주에 제 사무실을 책방처럼 꾸며놓으니까 초등학생들도 들어오더라고요. 이런 학생들의 이야기도 듣고, 중고생들과도 함께 법안을 만들어요. 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한 의견도 듣고요. 정말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지금까지 함께 했던 청년들과 30개 법안을 같이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장애인 교통 편의에 관한 법인데, 정말 의미 있는 사건이라 너무 기뻤어요. ‘너희가 만든 법안이 통과돼서 5,000만명에게 적용된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그 중 입법이라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 거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많은 방법, 더 새로운 방법들을 찾길 바란다’고 했어요. 그 동안 어느 정당에서도 청년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과정을 만들어간 경우는 없었잖아요. 대통령 행사, 정부 행사, 정당 행사 등에 청년이 있을 순 있지만.”

 -그야말로 입법 권한을 나눈 거네요. 

“제가 아주 짧은 기간 여의도에서 느꼈던 것은, 정치라는 권력의 사회적 배분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에요. 예산, 정책 등 정말 많은 것에서 절대 우위를 지니고 있더라고요. 권력은 공공의 관리 대상이고, 권력을 형성하고 배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의 삶을 더 낫게 하는 것이 정치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치 권력은 굉장히 소수에게 몰려있는, 병목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권력이 그 자체로 선하고 악한 게 아니라 어떻게 형성하고 배분하고 순환시키냐에 따라 선하게 이용될 수 있고 악하게 이용될 수도 있는데, 아주 특정 엘리트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이 정치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권력이 꼭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기득권이 청년에게 예산으로 선심을 쓰는 식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를 수 있고, 좌에서 우로 흐를 수도 있고, 다양하게 순환하면서 정치의 생태계를 선 순환 시킬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저는 기득권 정치인들이 새로운 도전에 굉장히 배타적인 시스템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내일티켓을 통해 청년세대가 주로 나눈 고민은 또 뭐였나요. 

“지금도 그렇고 기성세대가 청년 대하는 방식 일방적이고 교조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거예요. ‘청년들이 일 하지 않아 실업률 높아졌다’거나 ’예전과 달리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둥. ‘지금 청년들은 나이 많은 사람과 소통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둥. 모든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지하지 않고 청년 그 자체의 문제라고 정의하는 구태한 문제 인식이 만연한 거죠. 정치권에도 그런 의식이 만연하고 그러니 막말도 나오죠. 이런 세대갈등이 극화되고 있어서 청년당원들이 만든 ‘꼰대방지법’도 있어요. 회사 내에서 세대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교육을 필수로 실시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성폭력 성희롱 예방교육처럼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은 보람이 있었네요. 

“저는 아무나 해서는 안되겠지만 누구나 정치를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수의 정치가 아니라, 특정인의 정치가 아니라 일상의 정치가 실현될 때 우리 사회는 정말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우리 사회를 진일보 시킬 수 있는 방식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고 있고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고유한 꿈을 꾸고 실현해나가는 사회를 위해 지금의 선거제도는 수정돼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에 들어와보니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인적, 경제적 인프라와 좋은 학벌, 경륜을 지닌 의원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청년인 그 자체가 경쟁력일 수는 없으니까. 저는 더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 더 많은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공간을 지닌 그릇이 되고자 해요. 얼마나 그릇으로서 작용해 낼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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