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은 식물 종류에 따라 그 잎이 나는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크게 90도 대칭형, 180도 대칭형, 혹은 피보나치 형으로 나뉜다. 바질 잎은 이전 잎에서 직각 방향으로 잎이 나며 십자를 만드는 90도 대칭형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나무 잎은 정반대 편을 향해 자라 이직열선을 이루는 180도 대칭형의 전형이다. 알로에 잎들은 피보나치 모양으로 자란다.
하지만 잎이 비대칭으로 자라는 특이한 식물들도 있다.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릭사 자포니카가 대표적이다. 오릭사 자포니카의 규칙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가장 오래된 잎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따라 올라가면 두 번째로 오래된 잎은 첫 번째 잎에서 180도 회전한 방향으로 나있다. 세 번째 잎은 두 번째 잎과 90도를 이룬다. 네 번째는 세 번째에서 180도, 다섯 번째는 네 번째에서 270도 회전해야 한다. 이후에는 여기까지의 순서가 반복된다. 이러한 규칙은 오릭사 자포니카 외에도 남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니포리아(혹은 토치 릴리)나 배롱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식물들의 잎에서 발견된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6일 식물에 숨겨진 이런 ‘이상한 규칙’을 설명하는 수학 모델이 나왔다. 일본 도쿄대 식물 생리학자 무네타카 스기야마는 과학 전문 학술지 PLOS에서 이 모델을 소개했다. 과학적으로 이 규칙이 증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규칙은 오릭사 자포니카의 이름을 따라 ‘오릭세이트(orixate)’로 불리게 됐다.
스기야마 박사는 연구실에서 함께 일하던 요네쿠라 연구원과 함께 오릭세이트 규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먼저 DC2 모델(Duoady and Couder 2 model)에 적용해봤다. DC2는 1996년에 발견된 방정식이다. DC2 모델은 하나의 잎이 한동안 자신의 주변에 다른 잎이 자라지 않게 하는 ‘억제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 억제력은 이전 잎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힘이 약해진다. 잎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의 식물들은 DC2 모델에 식물의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식물의 모양을 구현해냈지만, 오릭사 자포니카는 예외였다. 스기야마 박사는 그 이유가 “잎이 자라며 억제력이 변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DC2 방정식에 ‘나뭇잎 나이’라는 변수를 추가한 이유다. 오래된 나뭇잎은 어린 잎보다 억제력이 클 수 있도록 방정식을 수정했다. 그러자 적절한 모양이 도출됐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방정식은 기존 DC2의 규칙들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 방정식을 EDC(Extended DC2)라고 명명했다. DC2 모델의 공동 창작자인 두아디는 이 연구가 “가능성의 공간을 진정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스기야마 박사는 자신들의 발견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기야마 박사와 요네쿠라 씨는 이제 또 다른 식물 세계의 미스터리 규칙을 해결하고자 한다. ‘스파이로모노스티치’라는 촘촘한 나선형 계단 모양의 여러해살이 코스투스 식물이 그 대상이다. 스기야마 박사는 “이 식물의 규칙은 아주 미스터리하다”며 이 미스터리를 해결해 자신들이 수정한 방정식을 또다시 개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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