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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외친지 32년 만에... ‘연세 정신’으로 공인된 이한열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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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외친지 32년 만에... ‘연세 정신’으로 공인된 이한열 열사

입력
2019.06.07 18:31
수정
2019.06.07 21: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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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첫 공식 추모식 열어

어머니 배은심씨 등 150명 참석

윤동주 시인 이후 두번째 행사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2회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 참석한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2회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 참석한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토요일 이한열 선배님의 묘소에 직접 찾아가 마주했습니다. 그날의 일을 기억하는 것은 현재와 1987년을 이어주는 우리의 중요한 의무이자, 연세대 후배들의 정신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내 이한열동산에는 권순창 학생추모기획단 단장의 추모사가 울려 펴졌다. 상경경영대 부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권 단장은 후배들을 대표해 이 열사를 추모했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그친 교정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학생과 교직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저마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이 열사를 떠올렸다.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이 열사의 피격 장면을 촬영한 당시 로이터 사진기자 정태원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32년 전 이별한 아들의 추모비에 헌화했다.

이날 추모식은 1987년 이후 최초로 연세대의 공식행사로 치러졌다. 2017년 연세대 총장이 회장을 맡은 ‘연대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족한 지 2년만이다. 지난해에는 연세대 동문이 이끄는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연대 총학생회가 추모식을 주관했는데, 이제 모교가 공식적으로 개최하는 정례 추모식이 됐다. 연세대가 고인이 된 동문을 위해 정례 추모식을 여는 것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윤동주 시인 이후 두 번째다. 이경란 이한열기념관 관장은 “이한열을 ‘연세 정신’으로 공인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배 여사는 “해마다 6월 9일이면 우리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 앞에서 마이크를 크게 틀어놓고 추모제를 지냈는데, 그럴 때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학교 당국이 조금이나마 언짢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학교에서 정식으로 추모식을 열어 앞으로는 눈치를 안 봐도 되겠구나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 열사는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한 1987년 6월 10일의 대규모 집회 하루 전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민들의 민주항쟁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6ㆍ29 선언을 이끌어냈지만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 열사는 같은 해 7월 5일 숨졌다.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9일이 올해는 일요일이어서 앞당겨 열린 추모식은 예배와 추모사 낭독 순서로 진행됐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추모사를 통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게 당연하지 않았던 1987년, 이 열사는 조국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며 “이 열사와 그의 정신이 연세대를 넘어 우리 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곳곳에 전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열사의 첫 모교 공식 추모행사 준비에는 30여 명의 후배들이 자원해 땀을 흘렸다. 경영학과 엄정호(19)군은 “고등학생 때 영화 ‘1987’을 보고 존경해 온 선배의 추모식을 함께 할 수 있어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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