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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머나먼 귀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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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머나먼 귀향의 꿈’

입력
2019.06.07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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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족 난민 캠프에서 로힝야 난민들이 벽돌을 나르며 건설작업을 하고 있다. 콕스바자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4월 8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족 난민 캠프에서 로힝야 난민들이 벽돌을 나르며 건설작업을 하고 있다. 콕스바자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늘날 지구촌에서 박해를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대표적인 이들은 역시 미얀마 소수민족이자 무슬림인 로힝야족이다. 불교계 국가인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은 사실 오래된 일이지만, 지난 2017년 8월 로힝야 무장반군 토벌을 명분으로 일반 주민들도 무차별 학살하면서 대규모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로힝야족 74만여명이 국경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탈출, 난민캠프에 수용돼 새로운 땅에서의 정착,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를 ‘안전한 귀향’을 꿈꾸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도주의 위기에 처한 그들을 ‘임시로’ 받아줬을 뿐, 완전한 망명에 대해선 손을 젓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지자 미얀마 정부는 2017년 말 방글라데시 정부와 ‘2년 내 난민 송환’에 합의, 올해 초부터 송환을 시작하려 했으나 거의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난민들이 귀국 조건으로 신변 안전, 시민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송환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CHR)의 필리포 그란디 대표가 닷새간의 미얀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며 “난민 송환 실행이 너무 느리다. 결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란디 대표는 특히 “현 상황은 로힝야 난민들이 ‘미얀마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미얀마 정부에 난민 송환의 건설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미얀마 국경을 넘지 않은 로힝야족도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불교도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방화로 라카인주 주도 시트웨를 떠나 강제수용소에 들어간 로힝야족 12만8,000명 중 한 명인 무함마드(23)는 지난달 2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7년간 해변과 바다(인도양)를 오직 철조망을 통해서만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감옥과 수용소의 유일한 차이는 (그나마) 감옥에선 자신의 형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국경을 넘어 탈출하지 않은 로힝야들은 교육과 직업, 보건 등에의 접근을 원천 차단당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정부는 앞서 이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가디언은 “정부의 관련 문서들은 로힝야족이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는 걸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정부가 수용소 옆에 모듈식 주택을 건설, 로힝야 주민들을 이 곳에 ‘재정착’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를 땅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이사도 제한되고 신분증 역시 발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7년간 수용소 생활을 했다는 한 난민은 그러나 “새 정착지로의 이주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게 될 것”이라며 좌절감을 표했다. 가디언은 “로힝야족은 재정착의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미얀마 정부의 이주 계획은 ‘전통적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그들의 꿈을 꺾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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