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북한과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조심스럽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7일 말했다. 미국과 북한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협상의 전망을 밝게 했던 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은 그 뒤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기대 속에 두 번째로 열린 하노이 회담마저 ‘노딜’로 끝나 비핵화 협상이 좌초 위기라는 비관마저 없지 않았다.
답보 상태인 북한 비핵화 협상은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다시 속도를 낼 기회를 맞았다. 한미 정상이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 중국과는 여러 현안이 겹쳐 있지만 우리로서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기 위한 이들의 지혜와 힘을 빌리고 모으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모처럼의 기회를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 가기 위해서는 징검다리 격인 남북 정상회담이 필수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에 이어 식량 지원 검토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 대책 등 우리의 대북 협력 제안은 이를 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메시지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최근까지 북한은 우리 정부의 지원 제안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비난에만 열을 올렸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없는 건 아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도발을 감행한 김 위원장이 거의 한 달 만에 행보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문책ㆍ근신설이 돌았던 하노이 회담 관련자들의 행적도 일부 건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하고 있지만 과거 협상 주역들로 대화를 이어 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이달이 지난 뒤에도 기회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미국 대선 일정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하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지금이 비핵화 협상을 추동할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북한은 명심하기 바란다. 나아가 직접 이해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물심양면의 공개ㆍ비공개 접촉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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