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죽인 사실 뒤늦게 알려져…학교 측 “재발 않도록 적극 대처”
한 대학교 청소용역업체 직원이 학내에 살던 강아지를 잡아 먹은 사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구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일 트위터에 개설된 한 계정을 통해 알려졌다. 사건 공론화를 위해 고발 계정을 개설했다는 A씨는 자신이 이 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힌 뒤 학교와 계약한 청소용역업체 직원 B씨, C씨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8개월 된 강아지 깜순이는 학교와 계약한 청소업체 소속 직원인 B씨가 지난 봄 쓰레기장 경비를 위해 데려온 유기견 강아지였다. 깜순이는 약 한 달 정도 학교 내에 살았다. A씨는 “학교 측에서 항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니 B씨에게 강아지를 빨리 이동시키라는 공지를 내렸다”며 “공지 후 깜순이가 사라졌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깜순이를 찾기 위해, 생사확인을 위해, 그리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약 한 달 동안 깜순이 행방을 추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C씨가 지난달 28일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지난달 11일 깜순이를 잡아 먹었다는 고백이었다. A씨는 “심지어 학교에서 깜순이를 절대 죽이지 않는 선에서 입양 보내거나 최악의 경우 유기견 센터로 보내되 절대 죽이지 말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잡아 먹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깜순이 행방을 추적하는 동안 C씨는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초반에는 좋은 곳으로 입양 갔다고 하다가 학교 측에서 입양 확인 차 사진을 부탁하니 깜순이가 지인 농장에서 스스로 목줄을 끊고 도망갔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정확한 규정을 밝히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했던 깜순이를 하루 아침에 내쫓아버린 학교 ▲깜순이를 잡아먹고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반복한 C씨와 B씨 ▲깜순이가 입양 갔다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과 단톡방에 뿌리며 학생들을 진정시키려 한 학교 직원들을 지적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선 학교 측에서도 이런 사실을 접하고 매우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학생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먼저 “지난 봄 처음 깜순이가 교정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발견해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안전을 위해 이 개를 데리고 오신 분께 안전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이 개를 안전한 곳으로 입양했다는 답변을 받아 그렇게 알고 있었던 상황이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측은 당사자가 소속된 청소용역업체 관계자를 불러 정식으로 항의했으며 용역업체에도 앞으로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향후 교내에서의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또한 조사 결과 당사자가 관련 법을 위반하거나 한 사실이 있다면 징계 회부 등 인사조치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용역업체에 속한 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인해 다른 용역직원 분들까지 이에 가담한 것처럼 명예가 훼손되거나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해줄 것 또한 당부할 것”이라며 “현재 1차 조사 결과로는 해당 당사자(C씨) 혼자 본인이 거주하는 동네의 지인분과 함께 깜순이를 처리한 것으로 파악되며 다른 용역업체 관계자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또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고려한 학교생활상담연구소의 상담 지원, 해당 당사자 조사 시 적극적인 협조와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전체 용역업체 직원 대상 교육 실시 등의 대책을 수립해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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