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위패봉안관을 찾아 고 성복환 일병 위패를 만지고 있다. 류효진기자

엊그제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정한 현충일 64주년이었다. 동시에 친일 경찰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약칭 반민특위)를 습격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반민특위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제국과 적극 협조하여 반민족적 행위를 한 자를 조사하기 위해 제헌국회에서 설치한 특별위원회로, 1948년 9월 7일 국권강탈에 적극 협력한 자, 일제치하의 독립운동가나 그 가족을 악의로 살상ᆞ박해한 자 등을 처벌하는 목적으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 활동은 지지부진하다가 70년 전인 1949년 6월 6일 특별경찰대가 강제 해산됨으로써 사실상 그 기능이 상실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국가와 민족은 나와 어떠한 관계를 갖기에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게 하는 존재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보자.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국가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학문에 도입하였는데, “사람들에 대한 명령권을 가지고 있었고, 또 현재 가지고 있는 통치 영역은 국가이며, 그것은 공화국이나 군주국 가운데 하나”라고 하였다. 이와 함께 그는 국가의 구성 요소로 인간, 토지, 지배력을 들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국제법의 통설로 여기는 국민, 영토, 주권의 국가 3요소설로 계승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일정 지역의 인간들이 그들의 공동체적 필요를 위해 내외의 적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진 주권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즉 국가는 하나의 정치적 단위로서 일반적으로 국민국가만을 의미하며, 국민이 해당 국가의 통치 없이 존재할 때는 국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에는 220여개의 국가가 있지만 국가의 개념이 분명히 확립된 것은 아니며, 무엇을 국가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오늘날 선진 국가는 적어도 국가라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복지국가를 지표로 삼고 있다.

민족의 개념은 국가 개념보다 더 복잡하다.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보다는 종족이 중심이 되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집단 정체성을 강화한 통합국가를 지향하였다. 제국주의가 그 산물이다. 한국도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민족주의가 거세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민족’의 단결성을 강하게 추동했고, 지금도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라는 명제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익숙하여 다문화사회에 대한 사고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실상 국가 단위의 민족공동체가 개인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없지만, 개인이 많은 권리들을 누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보장을 확고히 하며, 자기실현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개인이 지닌 불가침의 자유 가치를 무한정 강조하는 자유주의가 틀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조차 제대로 된 보편적 인권과 평등한 자유의 원칙 하에서 조직된 민주공화국의 기초 위에서만 그런 가치를 지켜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무조건적 애국주의는 사회적인 병이라 할 수 있다.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자기들만이 옳다는 독선주의는 공동체를 오히려 해치는 행위다. 낯선 이방인들과 정서적 일체감 같은 것을 형성할 수 있는 열린 세계시민의 정신이야말로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의 기반이며, 국민 모두의 행복과 삶의 질을 담보하는 복지국가의 초석이다. 이 시간 다른 민족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독립투쟁을 벌이다 분사나 전사, 옥사, 병사를 하신 순국선열과,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에서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다 희생하신 호국영령께 삼가 존경과 감사의 묵념을 올려 드린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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