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들이 모인 PBA(프로당구) 투어 초대 대회 파나소닉오픈. 이번 대회를 통해 데뷔한 미모의 여성 심판 이주희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이씨는 선수 경력은 없지만 해박한 당구 지식으로 무장해 PBA가 지난 4월 공개 모집을 통해 발탁한 심판 20명(여자 5명)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워크숍과 반복 리허설로 생소한 룰을 숙지하고 트라이아웃 실전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 PBA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학창시절 8년을 중국에서 보낸 유학파 출신으로 당구와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오다 우연한 기회에 운명의 파란 테이블과 마주했다. 지난 6일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만난 이씨는 “한국에 돌아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스포츠를 좋아해서 당구 채널도 처음 보게 됐는데 그 때부터 당구라는 종목의 매력에 빠졌다”면서 “경기장을 찾아 관전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우게 됐고, 급기야 호기심에 심판까지 도전하게 됐다”고 웃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그는 빠른 습득 능력으로 큐를 잡은 지 수개월 만에 대대 20점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특히 관찰력과 순발력이 남달라 심판으로 적격이라는 호평이다. 선수 출신의 남자 심판도 순간적으로 착각할 수 있는 고난도의 3쿠션을 정확히 판단한다. 이날 열린 김재근과 강민구와 8강전에서도 주심을 맡은 그는 느린 화면으로나 가려낼 수 있는 미세한 공의 움직임을 단 한번의 실수 없이 판정했다. 절도 있는 수신호와 목소리는 ‘초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씨는 “사실 엄청 긴장된다.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심판으로 서 보니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라”면서 “게다가 이목이 집중된 PBA 출범 첫 대회에 방송 생중계 경기까지 투입되면서 초긴장 상태에서 대회를 치르다 보니 감기까지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씨는 “프로당구의 탄생과 함께 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더 크다. 심판들 모두 오직 당구가 좋아 모인 분들이다”라면서 “기존에 없던 당구에 대해 관중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음표였는데 반응이 좋았던 부분은 더 키워나가고 보완할 점은 보완해서 많은 인기를 얻는 스포츠가 됐으면 좋겠다”고 첫 대회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투어에 꾸준히 심판으로 참여할 이씨는 “언젠가 선수에도 도전해볼 마음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일단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당구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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