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 반복에 피로감.. 시즌2 보다 18세 이하 연습생 두 배
5년으로 늘어난 ‘역대 최장’ 계약… K팝 상업화 극대화
지난달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송유빈 등의 출연자가 갓세븐의 ‘럴러바이’ 무대를 꾸린 모습이다. Mnet 제공

Mnet ‘프로듀스101’ 시즌1(2016) 우승자 전소미는 톡톡 튀는 목소리에 날렵한 춤 선으로 주목받았다. 시즌2(2017) 우승자 강다니엘은 카리스마 넘치는 랩과 춤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지난 3년 동안 굵직한 K팝 기대주를 배출했다. 시청자의 투표로 데뷔 그룹 멤버가 선정돼 방송 즈음에 온라인은 프로그램 얘기로 들썩였다. 하지만 지난달 3일 첫 방송을 시작한 ‘프로듀스X101’(‘프로듀스101’ 시즌4)을 향한 열기는 그간 시리즈와 비교해 확연히 식었다. 온라인엔 ‘유난히 재미없다’(gan****, dontstop****, noxh****)는 글이 쏟아졌다.

◇시즌2보다 떨어진 시청률과 투표수

프로그램에 부는 찬바람은 투표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처음으로 탈락 연습생을 뽑는 1차 순위 발표까지 ‘프로듀스101’ 시즌4에 3주 동안 모인 투표수는 2,037만여 표. 같은 기간에 남성 연습생만 출연한 시즌2의 2,469만여 표보다 400만여 표가 줄었다. 시청률도 떨어졌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프로듀스101’ 시즌4 시청률은 2.1%(닐슨코리아 집계)에 그쳤다. 시즌2에서 같은 회차의 시청률은 3.0%였다.

기대 속에 방송됐지만 프로그램이 빛을 보지 못하는 데는 4년째 반복되는 방송으로 시청자에 식상함을 준 탓이 크다. 정덕현 방송평론가는 “시즌1, 2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지난해 시즌3에선 한국과 일본 연습생들의 국적 초월 프로젝트로 변화를 줬지만, 이번 시즌4는 다시 시즌2로 돌아갔다”며 “새로운 요소가 없는 데다 반복되는 진행 방식이 피로감을 준다”고 말했다.

◇최저 X등급 신설의 부작용

전 시리즈처럼 춤과 노래 실력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연습생이 줄어든 것도 재미의 반감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방송에서 톱10에 오른 연습생 중 7명은 가수 데뷔를 준비한 기간이 1년 6개월 이 채 안 된다. 101명의 연습생 중 18세 이하 연습생은 21명으로, 시즌2(10명)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습 기간과 나이가 반드시 실력과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어리고 기본기가 덜 갖춰진 연습생들이 예비 K팝 스타로서의 매력을 무대에서 온전히 보여주기는 어렵다. 훈련소 퇴소와 무대에 서지 못하는 조건 등을 내세워 제작진은 올해 처음 X등급을 신설했다. 긴장감을 높이려고 한 의도였으나 오히려 ‘독’이 됐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X등급을 만들어 춤과 노래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들에 방송 시간을 오래 할애하다 보니 연습생들의 실력이 떨어져 보이는 역효과를 냈다”고 꼬집었다.

Mnet '프로듀스X101' 포스터.
◇어린 연습생 출연이 는 이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프로그램 변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프로듀스101’ 시즌4에 연습생을 내보낸 기획사의 대표는 “배우 지망생들의 출연이 점점 느는 추세”를 걱정했다. 프로그램의 K팝 신인 발굴 취지와 달리 누군가에 단순히 인지도를 쌓는 장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프로듀스101’ 시즌4에 출연한 A씨는 애초 기획사의 연기자 파트에 들어간 연습생이었고, 드라마로 먼저 얼굴을 알린 B씨는 연습생 레벨테스트에서 가장 낮은 X등급을 받았다.

길어진 계약 기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프로듀스101’ 시즌4 데뷔 조는 CJ ENM과 5년을 함께 해야 한다. 2년 6개월은 해당 그룹 활동에 전념하고, 나머지는 각 멤버의 소속사 활동과 병행하는 게 계약 조건이다. 시즌1 데뷔 그룹 아이오아이(1년)와 시즌2의 데뷔 그룹 워너원(1년 6개월), 시즌3 아이즈원(2년 6개월)보다 긴, 프로그램 역대 최장 계약이다.

‘프로듀스101’ 시즌4 제작진은 “돈을 버는 목적 때문이 아니라 데뷔 그룹의 원활한 글로벌 활동을 위한” 계약 연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방송사가 프로그램에서 배출한 아이돌 그룹을 통해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워너원 멤버였던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CJ E&M은 당시 그룹 수익의 25%를 가져갔다. 계약 기간이 늘다 보니 일부 기획사에선 일부러 어린 연습생을 내보낸 모양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4에 연습생을 내보낸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어린 연습생에게 어차피 필요한 연습생 기간에 프로그램에 내보내는 게 소속사로선 위험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계약 기간 계속 늘지만…

방송사와 기획사가 함께 아이돌 그룹을 키우고 관리하는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K팝 산업의 ‘기괴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송사가 요구하는 계약 기간이 매년 느는 데도 ‘프로듀스101’ 시리즈 진입을 위한 ‘줄’은 끊이지 않는다. 회사 인지도가 약하고 훈련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회사 소속 연습생이거나 개인 연습생들이다. 20년 넘게 음악 콘텐츠 기획을 하는 관계자는 “투자 자본과 기획력이 약한 회사는 소속 연습생이 데뷔 조가 되면 방송사와의 계약 기간에 안정적으로 소득을 낼 수 있어 장기 계약을 마다하지 않는다”며 “K팝에서 상업적 활로를 찾는 방송사와 기획사의 욕망이 맞물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송사와 기획사가 함께 키우는 아이돌 그룹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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