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3월 2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 3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일제고사 부활’과 더불어 지원 방안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에 교육부는 현장 여론을 더 수렴하여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후속조치 TF팀’을 구성하였다.

TF팀은 시ㆍ도교육청, 학교, 교원단체, 전문기관 관계자 등 15명 내외로 구성되어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관련 보완 방안 마련 및 기초학력 보장법안 시행령안 작성’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나는 교원단체 구성원으로 이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늦게나마 현장 여론을 수렴하려는 교육부의 태도를 반기며, 회의에 참가해서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포부로 매번 쉽지 않은 발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몇 차례 회의를 거치며 이런 기대는 회의로 바뀌어 가고 있다. 3차에 걸쳤던 회의는 ‘기초학력 보장법안’ 시행령 마련에 초점이 있었다. 법안 부칙에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정 법률안이라 시행령 마련이 필요해서 둔 조치라 생각한다. 이 기간이면 ‘행정절차법’이 밝힌 예고방법, 예고기간(40일 이상)을 지키며 충분히 시행령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법률안임에도 불구하고 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의원들의 법률안 입법발의가 있다 해서 모든 행정부처에서 이렇게 일을 할까? 아니다. 설령 법률안에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공조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제정도 안 된 법을 두고 시행령부터 마련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되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헌법까지 무시하며 일을 서두르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 나는 이 법률안 제정에 회의적이다. 기초학력 보장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기본법’은 물론이고 교육 관련 어느 법령을 보더라도 ‘학력’에 대한 정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된 시대에 따라 새로운 교육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에 걸맞게 학력관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학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률안에서는 “기초학력이란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을 말한다”로 밝히고 있지만 대통령령에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두고 TF회의에 참가하는 이들의 의견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시ㆍ도교육청에 조례로 위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법률안의 주된 골자는 기초학력 보장위원회 설치, 기초학력 진단, 학습지원 대상 학생의 선정 및 학습지원 교육, 학습지원 전담교원 지정, 기초학력지원센터 설치로 국가 등의 책무를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도 초·중등교육법 제28조(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에 따라 시행중인 정책들이다. 더구나 교육부장관에게 크게 주어진 권한은 교육자치를 확대하기 위하여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려는 움직임에도 역행한다.

결정적으로는 이 법률안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교사들은 법률안이 요구하는 부질없는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학생에게서 멀어져 컴퓨터 앞에서 보낼 시간이 늘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교육관련 법령을 홀로 십여 년 읽었다. 현재 교육부 소관 법령이 277개, 행정규칙이 199개다. 이 법령과 지침들이 과연 교육에 부합하는지 생각해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교육에 관한 법령은 제정 이전에 정리(개정 또는 폐지)가 더 시급하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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