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민간단체 잠수사 졸트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이라도 남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건 헛되지 않은 삶일 겁니다.(Ha eletunk soran cask egyszer tudunk segiteni, mar megerte, hogy vagyunk.)”
30년 경력의 헝가리 베테랑 잠수사는 허블레아니호 참사 직후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온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평소 되뇌고 되뇌서 완전히 외워버린 경구를 읊는 것처럼 간결하고 단호한 대답이었다.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이 준비 중인 5일(현지시간) 오후, 참사현장 부근 헝가리 구조대 캠프 앞에서 사트마리 졸트 하바리아 재해구호공익협회(이하 하바리아) 대표를 만났다.
30년 경력 잠수사인 졸트를 비롯, 현장에서 구조 및 수색 작업을 하는 하바리아 소속 잠수사는 모두 6명. 이들은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부터 매일 같이 허블레아니호 부근으로 잠수하고 있다. 다뉴브강은 폭우로 물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데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흙탕물이라 위험했으나 이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 덕에 한국에서 파견된 베테랑 잠수사들과 함께 선체에서 시신 3구를 수습할 수 있었다.
졸트가 이끄는 헝가리 잠수사들은 지난 3일 수중 수색에서 처음 발견한 시신이 한국 구조대 손으로 수습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날 낮 12시 30분쯤 허블레아니호 주변 수색에서 50대 한국인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으나 이를 한국 구조대에 알려 한국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토록 했다. 졸트는 “시신을 발견했을 당시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실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한국의 잠수부들이 더 잘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한국과 헝가리 잠수부들이)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달 31일에는 헝가리 잠수사가 왼쪽으로 기울어 있는 허블레아니호에 접근했다가 바깥으로 빠져 나오는 순간 선체에 장비가 걸려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됐다. 구하러 들어간 잠수사도 산소통 밸브가 벗겨지기까지 했다. 졸트는 “30년 동안 잠수하는 게 일이었지만, 이번 잠수 작전은 그 중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털어놨다.
졸트는 곧 시작될 인양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신의 수습”이라고 말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잠수사가 그 쪽 방향으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인양을 위해 배를 일으켜 세울 때 왼쪽으로 시신이 유실될 수 있다. 헝가리 당국은 시신이 왼쪽으로 빠져나갈 경우에 대비해 허블레아니호 침몰 지점 뒤쪽에 V자 대형으로 수색 선박을 배치할 예정이다.
졸트는 “하바리아 회원들은 학교나 유치원을 찾아 다음 세대에게 수상 사고와 그 대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이번 구조 작전에 투입돼 매일 잠수하는 것이 큰 희생이나 보상이 필요한 일로 보여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졸트 대표는 우선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바꿀 수 없겠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가장 긍정적인 점은 한국과 헝가리가 같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