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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차입금 용처도 공개하라"... 강성부펀드의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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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차입금 용처도 공개하라"... 강성부펀드의 선전포고

입력
2019.06.07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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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한진칼 주요 주주 지분율/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한진칼 주요 주주 지분율/김경진기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퇴직금 지급 과정의 적법성을 문제삼은 데 이어 한진칼의 외부 차입금 1,600억원의 용처를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시장에선 조원태 회장이 부친인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 이들 자금을 전용해 상속세를 납부할 가능성을 강성부 펀드가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강성부 펀드가 사실상 한진그룹에 ‘경영권 전쟁’을 선전포고한 셈이다.

◇한진칼 뭉칫돈 주목하는 강성부펀드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전날 공시를 통해 강성부 펀드가 지난해 12월5일 한진칼이 10개 금융사로부터 빌린 1,600억원에 대한 사용내역 명세서 등을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 회계장부 열람 허용 가처분신청을 낸 사실을 공개했다. 강성부 펀드는 한진칼에 사용내역 명세서 외에도 전표, 영수증, 통장사본, 현금출납장 등 각종 증빙서류에 대한 열람을 요구했다.

강성부 펀드가 같은 날(지난달 29일) 조 전 회장의 퇴직금ㆍ퇴직위로금 지급 관련 규정에 관해 한진칼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사실도 지난 4일 한진칼 공시를 통해 드러났다. 검사인 선임 신청 이유엔 지난 4월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회장 선임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조사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저작권 한국일보]조양호 전 회장 한진칼 지분 상속세(추정)/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조양호 전 회장 한진칼 지분 상속세(추정)/김경진기자

강성부 펀드가 제기한 이들 두 건의 송사는 한진칼에 영업 활동과 무관하게 드나든 ‘뭉칫돈’ 흐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강성부 펀드의 궁극적 관심이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에 맞춰져 있다고 해석한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상속받으면 2,000억원가량의 상속세가 발생할 텐데, 한진칼 차입금이나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 상속세 납부에 전용될 가능성을 강성부 펀드가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입금의 경우 한진칼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명분으로 빌리고도 총수 개인의 상속세로 활용한다면 배임 등 법적ㆍ도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성부 펀드가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한진칼이 차입금을 경영활동에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러한 의심을 키울 수 있다”며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이 지난해 12월에 빌린 자금의 사용내역을 지금 보자고 하는 건 이런 경우를 고려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 전 회장 퇴직금의 경우 집행 사실이 드러난 대한항공의 지급분만 400억원대에 달한다. 조 전 회장이 생전 9개 그룹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한 만큼 이들 회사에서 받을 퇴직금이 1,95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경제개혁연대)도 있다. 다만 고인의 퇴직금이 상속인인 총수 일가에게 귀속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는 만큼 강성부 펀드는 퇴직금 액수가 부풀려지거나 지급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살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진 경영권 전쟁 시작됐다”

강성부 펀드가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 과정에 개입하고 나서면서 강성부 펀드와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간에 ‘경영권 전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조 전 회장 자녀 셋의 한진칼 지분을 합쳐도 강성부 펀드(15.98%)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에서, 조 전 회장 지분(17.84%)의 80% 이상을 조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확보하지 못한다면 강성부 펀드가 명실상부한 한진칼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론 조 회장은 어떻게든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려 하겠지만 강성부 펀드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전투”라며 “차입금, 퇴직금뿐만 아니라 지분 상속이나 인수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강성부 펀드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진그룹 측은 “(강성부 펀드가 문제 삼은)조 전 회장의 퇴직금ㆍ퇴직 위로금 지급과 조원태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며 “한진칼은 강성부 펀드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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