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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어린이처럼] 울고 싶은 친구에게

입력
2019.06.07 04:40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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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해도 괜찮아”와 비슷한 제목을 단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힐링’이 사회 트렌드를 짚어내는 키워드가 된 지 몇 해째이니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어린이라고 다를까. 하루 너머 하루를 살아내기 힘들고, 몸과 마음이 쉬이 지치고, 누군가 따듯한 손으로 등이라도 쓸어준다면 조금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 뒤 또다시 일상을 마주할 수 있을 듯한 기분. 어린이도 다를 것 같지 않다. 최근 출간된 동시집 제목이 ‘오늘은 다 잘했다’(성명진, 창비, 2019)인 걸 보고 이제 어린이책에서도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걸까 싶었다.

‘힐링’이란 트렌드에 대해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사회 구조의 모순으로 개인이 힘들어지는 현실에 눈을 가리고, 오직 개인에게 탓을 돌려 각자 고통을 해소하라고 선언하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비적인 차원에서 해결을 이끌어내려 한다고 비판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타인과 사회의 시선이나 기준에 개의치 않고 힘들면 힘들다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인정하고, 자신을 가장 소중한 세상의 중심으로 삼아 스스로 돌보는 태도는 어쩌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자세일지 모른다. 집단주의, 성장제일주의,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이제야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한 걸음씩 고민하며 배워가고 있는지도.

지금껏 어린이에게도, 우는 일은 선뜻 허락되지 않았다. 어린이는 밝고 명랑하고 씩씩해야 했다. 세상에 지친 어른과 달리 힘찬 희망과 에너지로 날마다 성장해야 했다. 설령 실패하고 넘어져도 수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도전의 과정일 뿐이니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달려야 했다. 괴롭고 슬퍼도 결국엔 환히 웃을 수 있어야 했다.

어린이문학은 혼자 울지도, 몰래 울며 위로받지도 못하는 어린이 곁을 따듯하고 조용하게 지켜 왔다. 눈물을 얼른 닦아주거나 슬픔이 곧 지나갈 거라고 섣불리 말하지 않고 눈물 역시 어린이의 것으로 그저 바라본다.

“내가 바보 같은 날/거울을 보았어//내가 울었더니 거울 속/아이도 울었어//내가 눈물 닦았더니/아이도 닦았어//내가 머리 쓰다듬었더니/아이도 쓰다듬었어//아이가 웃을까 말까/망설이기에/내가 먼저 씩 웃어 주었어”(김금래, ‘거울 속 아이’ 전문, ‘꽃 피는 보푸라기’, 한겨레아이들, 2016)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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