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잘 데가 없어 모르는 어른에게 용돈을 받고 성관계를 강요 당한 거리 청소년은 성매매 ‘피해자’일까 ‘가담자’일까. 현행법상으로는 후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의 성매매가 ‘자발적 결정’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청소년을 ‘피해 아동ㆍ청소년’이 아닌 ‘성매매 대상 아동ㆍ청소년’으로 분류하고 처벌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 법의 허점은 지난 2014년 발생한 일명 ‘하은이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7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13세 하은이가 집 밖으로 나선지 일주일 만에 성인남성 6명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법원은 ‘아동이 스스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고 치킨ㆍ떡볶이 등을 얻어먹었다’는 이유로 그를 ‘대상 아동ㆍ청소년’으로 분류했다.
사건 이후 법 개정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2월 ‘대상청소년’ 표현을 삭제하는 아청법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모든 성매매 가담 청소년을 피해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앞서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성매매 유입 아동ㆍ청소년 보호를 위한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 간담회’에서는 아청법 개정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청소년을 성매매로부터 보호하려고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청소년을 ‘성매매 가담자’로 몰아 추가 피해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청법의 ‘대상청소년’ 분류와 보호처분 부과가 보호를 위한 수단이라지만 정작 하은이는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지 못해 ‘해바라기센터(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등 어떠한 보호구제도 받을 수 없었다” 라고 지적하며 “정신적ㆍ신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더 많은 성매매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상 청소년’ 표현을 삭제하지 않으면 피해자 보호는 더욱 어려워질 것” 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측은 성매매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법 개정 시 도입될 새로운 제도가 충분한 효과를 보일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경화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현행 법 제도에서도 청소년이 채팅 등으로 성매매를 권유 받았더라도 대부분은 피해자로 분류되고 있다”며 “다만 분별력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일정 연령 기준으로 ‘대상 아동ㆍ청소년’ 분류를 제외하는 등의 안을 고려할 만 하다”라고 말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성매매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규정을 삭제하도록 권고했다” 며 “현행 규정이 성매수자들의 청소년 협박 수단으로까지 쓰이는 만큼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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