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MB 유죄’ 결정적 역할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의 간절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해 재판부가 더 이상 증인신문 일정을 잡지 않기로 했다. 증인출석 문제에 매달려 더 이상 재판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다스는 MB 것”이라는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이 법정 증거로 채택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용훈 사법부에서 확립된 공판중심주의에 따르면 재판부는 공판정에서 나온 진술 등 증거자료를 토대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314조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ㆍ질병ㆍ외국거주ㆍ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예외 조항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이태원 살인사건’. 당시 재판부는 무고한 한국 청년을 살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범인의 친구들을 증인으로 소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소환에 끝내 실패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비록 재판정에 나오지 않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지만 절차 상 하자가 없는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증인 불출석 사건에서 모든 검찰 진술 조서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직업안정위반 등으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법원은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 등으로 송달불능인 점을 감안해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해 달라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진술의 적법성과 신빙성도 중요한 기준이다. 2004년 윤락행위등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 재판에서 법원은 핵심증인들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출석한 상태에서 기억에만 의존해 진술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법원이 형사소송법 규정을 적용한 전례로 본다면,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조사가 탄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대체적 판단이다. 더구나 1심에서 검찰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됐던 만큼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에서 “다스는 MB것”이라 진술 한 데 이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진술해 1심에서 재판부 유죄심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때문에 김 전 기획관의 진술조서에 증거능력이 부여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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