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61명 설문조사… 75%가 “근로감독관 불신”
진정인 제출 자료 사측 넘기고 “무고죄 된다” 겁박도
“KT의 자회사인 KT링커스에서 일한 모바일서포터들이 연차 수당을 요구하다가 계약이 해지돼 고용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 각각 근로자 지위확인 진정을 냈어요. 처음에 노동청은 노동위가 노동자 지위가 맞다고 판단하면 도와줄 수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정작 노동위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는데도 노동청은 이 판정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 드라마 같은 조장풍은 없는 거죠. 현실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아니라 기업옹호관이에요.”
최근 종료한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주인공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을’(乙)들의 입장을 대변해 일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근로감독관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현직 노무사들은 말한다. 오히려 사측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고 노동청을 찾은 근로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5일 공개한 근로감독관 갑질 제보 사례를 보면 한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이 들어오자 진정인이 제출한 개인 거래내역 등 자료를 오히려 회사에 넘겼다. 근로감독관이 진정인에게 “계약서에 사인해 놓고 왜 진정을 하느냐”고 면박을 주거나 “민사소송하면 무고죄가 된다”고 겁을 주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 단체가 지난달 28~30일 사이 현직 노무사 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근로감독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4%였다. 근로감독관이 ‘진정ㆍ고소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은 4.9%에 그쳤다.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의견은 1.6%에 불과했다.
근로감독관의 업무 처리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노동법에 대한 무지와 비법리적인 판단’이라는 응답이 65.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사건처리 지연’(60.7%), ‘관료적인 업무처리’(57.4%), ‘합의 종용’(50.8%) 등이 뒤를 이었다.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필요한 정책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83.6%)이 꼽혔다.
직장갑질 119는 근로감독관 제도 개선을 위해 근로감독청을 신설하거나 근로감독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근로감독관을 증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근로감독을 불시감독으로 전환 △근로감독청원 제도 활성화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금지 △사건처리 과정 개선(사업장 전수조사 등) △강력한 처벌 의지(임금체불범죄의 반의사불벌죄 적용 폐지 포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